장현아(가명'35) 씨는 1년 전부터 초등학생, 네 살인 두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남편, 시댁과 인연을 끊었고 친정 식구들은 어려운 형편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현아 씨는 막내아들이 태어난 이후 잠을 푹 자본 적이 없다. 뇌병변장애와 천식을 갖고 태어난 아들의 곁을 온종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아 씨는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지만 아픈 아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두 번의 결혼 생활이 실패로 끝난 것과 아들이 아픈 것 모두 제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도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저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을 거예요."
◆아픔으로 끝난 두 차례 결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현아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일찍부터 생업에 뛰어들었다. 전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낮에는 공부, 밤에는 화장품 판매나 식당 서빙 등 온갖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던 중 20대 초반 일하던 회사에서 첫 번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조금은 이른 나이였지만 평범한 가정주부가 꿈이었던 현아 씨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큰돈을 벌진 않았어도 아들을 낳아 키우며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에게 불행이 들이닥쳤다. 남편이 젊은 나이에 폐암 판정을 받고 현아 씨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다시 꾸린 가정에서도 불행은 이어졌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번째 남편은 현아 씨가 데려간 아들을 친자식처럼 예뻐했다. 하지만 결혼 후 곧바로 생긴 아들은 심한 천식을 갖고 태어났고, 생후 10개월 만에 뇌병변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치료를 잘 받더라도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평생 엄마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 자상했던 남편이 그때부터 가정을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아들에게 들어가는 각종 검사비, 치료비로 생활에 점차 어려움이 생기자 남편은 변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졌고 그때마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현아 씨는 이혼을 택했다.
그러다 올해 초 현아 씨는 집으로 날아온 대출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르는 사이 현아 씨 이름으로 수천만원의 빚이 생긴 것이다. 알고 보니 시아버지가 며느리 몰래 현아 씨의 이름으로 카드사, 캐피탈 등을 통해 돈을 빌렸던 것이다.
"시아버지 부탁으로 인감도장과 통장을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달이 벌어진 것 같아요. 시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 서 아들, 며느리 등 온 가족의 이름으로 수억원의 빚을 진 상태였어요."
◆빚과 치료비로 늘 생활고
엄마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세상은 전혀 녹록지 않았다. 현아 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맡기고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돌봐주는 곳이 없다. 집에서 무료로 장애인을 돌봐주는 '장애인활동보조인 제도'가 있어도 아들이 손이 많이 가고, 유별나다는 소문이 퍼져 맡으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설 업체에서 간병인을 들여도 하루만 일하면 힘들어 다신 안 오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 품에서 자란 아이라 사람 무릎에 앉혀놓지 않으면 종일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자지러지게 울기 때문에 모두 돌보기 어려워해요."
현재 현아 씨와 두 아들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 급여 및 장애수당은 약 100만원. 아픈 아들은 한두 달에 한 번씩은 폐렴으로 입원을 하는데 이때마다 수백만원이 깨진다. 여기에 시아버지가 진 빚으로 매달 갚아야 하는 돈도 40만원이나 돼 현아 씨는 늘 생활고에 허덕인다.
"젊은 나이에 큰일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들을 보면서 늘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아이들도 나중에 지금 이 시기를 '힘들었지만 온 가족이 늘 붙어 있던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