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멋에 빠진 일본' 日 히로시마서 전통의상 패션쇼

"스고이(굉장하다는 뜻의 일본어)~! 야사시(우아하다는 뜻의 일본어)!"

무대를 지켜보는 일본인들의 입에서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푸르스름한 무대 조명 아래 두 남녀가 고운 빛깔의 한복을 입고 크로스오버 국악에 맞춰 정중동(靜中動)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들이 손에 쥔 부채가 펼쳐지며 자신의 몸을 빙그르르 돌리는 순간 관객들은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지난 4일 오후 7시 '한일수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K-Pop과 함께하는 전통의상의 밤'이 일본 히로시마시 중구 아스텔플라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국내외 내빈과 재일동포, 현지 주민 등 1천200여 명이 한복 드레스와 쓰개치마, 당의 등 우리 전통의상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특히 객석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일본인들은 미스코리아 대구'경북 입상자와 대경대학교 모델과 학생, 공무원 및 기업인 등 아마추어 명사 모델의 한복패션쇼와 함께 가수 홍진영, 쏘울 크라이&규현 등의 공연에 박수와 환호성을 아낌없이 보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주히로시마 대한민국총영사관 이재웅 영사는 "행사장 좌석 수에 맞춰 사전 신청자에 한해 1천200명에게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배부했는데 2배가 넘는 인원이 몰렸다"며 "관객 중 3분의 2는 일본인들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의 메인 행사였던 한복패션쇼 중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왕의 행차를 재현한 무대에 관객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백현주 백현주한복연구소 원장이 재현한 전통 궁중 의상을 입은 시대별 왕이 무대에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갈채가 이어졌다. 이를 본 일부 교민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서장은 총영사는 공연이 끝나고 "사실 이번 행사는 준비 기간이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며 "막상 막이 오르자 기대 이상으로 좋은 무대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서 총영사는 또 "이러한 민간 교류가 일본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이날 행사에 한일의원협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한국인인 내가 봐도 정말로 아름다운 무대였다"며 "이것이 문화의 힘이란 것을 알 수 있는 행사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지금껏 한일 양국이 다소 무거운 관계였다면 얼마 전 있었던 양국 정상회담과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가벼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히로시마현 지방본부와 주히로시마 대한민국총영사관이 주최하고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히로시마 일한친선협회가 후원해 이뤄졌다.

히로시마에서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