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말이 말인가?

플라톤: 인간이란 다리가 둘 달린 동물이다!

플라톤 제자들: 우와, 정말 대단한 이론이다!!!

디오게네스: 이건 뭔 헛소리여! 두고 보자.

(디오게네스는 닭의 털을 뽑는다. 그리고 플라톤에게 들고 간다.)

플라톤: 어여, 뭐 하러 나타난 겨?

디오게네스: 이것이 당신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털 뽑힌 닭)이다!

플라톤 제자들: 우와, 정말 대단한 이론이다!!!

인간은 항상 말(언어)을 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말이라는 것은, 즉 언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복잡한 체계로 안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예술을 말로 이해 또는 설명을 하려고 하니 머리만 아플 뿐이다. 이번 주는 그나마 대구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대구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아는 말인데 타지방 사람들이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말들이 있다. 첫째, 시룻타. 이 말을 하는 순간 서울이나 다른 지방 사람들은 초토화가 되어버린다. 머리를 싸매지만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한다. 둘째, 공굿타. 이 말도 하는 순간 거의 초토화가 되어버린다. 그나마 이 말은 누구를 '누른다' 또는 '억압한다' 라는 말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셋째, '낭창'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아예 번역이 불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지만 의사소통이 곤란한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 특히 설명을 들어도 언어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은 독특한 언어 체계(표현)를 지니고 있는데, 각자가 사용하는 체계가 조금씩 다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예술을 설명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의 독특한 언어를 일부러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은 이 언어를 배울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알기 쉽게 이해하게 해 달라고 떼를 쓴다.

자, 다시 위로 올라 가보자. 플라톤은 인간의 정의를 다리가 둘 달린 동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디오게네스는 닭의 털을 뽑아서는 그것을 인간이라고 반박했다. 많은 사람이 예술을 쉽게 설명해 달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예술을 단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마치 타지방 사람들에게 '시룻타'와 '공굿타' 그리고 '낭창'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대구 사람들은 대구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에 있어서 큰 지장 없이 대화를 한다. 그렇지만 타지방 사람들과는 정확하게 대화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예술가가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이 예술언어를 어린아이처럼 배워야 하고 교육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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