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실, 지난겨울 매서운 추위가 절정일 때 큰 공장화재를 경험한 4년 차 소방사에게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제일 반갑다. 하지만 추위가 맹위를 떨쳤을 때 큰 공장화재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소방서 생활에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고, 함께 근무하는 팀장님, 반장님 등 소방서 선배님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회상해 보면 지난해 12월 그날 저녁도 평소와 같이 평범한 하루였던 걸로 기억한다. 근무를 하기 위해서 출근했고, 업무교대를 하였고, 평소와 같이 야간 근무를 하였다. 다만 다른 하나는 그날 뉴스에서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방송할 만큼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던 것 말고는 평소와 다른 게 없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출동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랐던 날이었고, 교대하고 퇴근하던 팀에서 "오늘 같은 날은 조용히 보내야 하는데…"라면서 퇴근했다.
그날 밤늦게 근무하던 중 사무실 스피커를 통해서 작은 소리로 다른 센터가 출동지령을 받고 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센터에는 출동지령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센터에도 출동지령이 내려왔다.
소방대원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1차 지령이 내려오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2차 지령이 내려오면 그 화재는 큰 화재일 가능성이 큰데, 우리 센터에 2차 지령이 내려왔다. 그래서 2차 추가로 지령이 내려왔을 때 함께 근무하던 반장님께서 "큰불이 아니어야 하는데…"라고 걱정하시면서 출동했다.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후착대는 공장의 서편으로 부서하여 화재 확대 방지에 주력하라"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무전이 그리 흘러나왔어도,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화재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제 갓 4년 차 소방사는 평소 근무 중 교육과 훈련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차량을 주차하고, 현장대응 활동에 임하면서 소방사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교만한 마음은 겸손으로, 선배님들을 향한 존경으로 바뀌게 되었다. 4년 정도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화재와 제법 큰 화재도 경험했다고 자부했지만, 그렇게 추운 날 그렇게 큰 화재는 경험이 없었던 터라 현장 대응활동에서 밑천이 다 드러나게 되었고, 현장활동 도중에 초보 티를 팍팍 내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어리바리'했던 것이다.
이리저리 허둥지둥하는 소방사에게 함께 출동한 선임 반장님께서는 현장활동의 베테랑답게 후배 소방관의 몫까지 다 해결하셨고, 이런저런 경험과 노하우들을 후배에게 알려주셨다.
"큰 화재에는 차량을 주차할 때 너무 가까이 대면 현장 활동에 방해되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량을 주차해야 해."
"추운 겨울에 물을 뿌리지 않을 때에는 자체급수를 해야지 배관이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큰 화재에는 물 뿌리는 양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물을 아껴야 한다."
평소 교육과 훈련을 할 때에 했던 것들이 머릿속에는 있었지만, 막상 실제 화재에 적용하려고 하니 잘되지 않았는데, 큰 화재 현장에 선임 반장님과 함께 경험해 보니 "현장은 실전"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경험과 노하우는 암묵적 지식이라 표준화되지 않아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결정적일 때 큰 힘을 발휘한다는 말을 그 추운 겨울날 큰 공장화재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함께 근무하면서 평소 깨닫지 못했던 소방관 선배님들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2014년 12월의 매서운 추위 속에 경험한 화재현장은 앞으로 경험할 많은 화재에서도 자신감 있게 현장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현장 활동에서 안전사고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