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역할을 맡고 연기를 하다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중요하기에 연연하지 않아요. 혼자 스트레스 받고 조급해지면 더 안 좋을 것 같거든요. 때가 되면 열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안 열리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요. 하하."
한 패션지를 통해 '신비소녀'라는 타이틀로 얼굴을 알렸다. 12세 때다. 이후 우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여러 가지 연기를 선보였으나, 몇몇에게는 '신비소녀'에 멈춰 있는 듯한 인상이다. 배우 김윤혜(25) 얘기다.
10년도 넘었으니 '신비소녀'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싫어하지 않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김윤혜는 "솔직히 난 전~혀 안 신비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알려졌기에 그 수식어가 좋긴 한데 사람들로부터 멀게 느껴지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걱정이긴 해요. 연기로 뭔가 보여 드릴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선입견 생기기 쉬운 타이틀이잖아요. 만나 보면 안 신비하다는 걸 단박에 알아요. 더 많은 다양한 역할로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을 뿐이죠.(웃음)"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인 것 같기도 한데, 말을 섞으면 아니다. 전혀 까다롭지 않고, 인터뷰 도중 물을 마시다 쏟는 덜렁대는 모습도 보였다. "말 안 하고, 넋 놓고 있으면 누구나 어려워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화보 이미지가 강해서 더 도도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것 같긴 해요. 오해 정말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래도 말 섞고 하면 해소되니깐 괜찮아요. 진심을 알아주시는 거죠. 헤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렇게 순해도 될까 싶을 정도다. 일탈이라고 해봤자 뭐가 없다. 고등학생 때 술도 마시고 싶고 외박을 한다거나 교복도 줄여 입는 등 그런 생각을 할 법한데 관심이 없었단다. "그런 쪽은 호기심이 없거든요. 오디션 보러 가면 감독님들이 '윤혜 씨는 일탈 한 번 하는 경험을 추천한다'고 하세요. 그래도 제가 해왔던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게는 안 되더라고요."
김윤혜는 굳이 일탈하지 않아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 아직 신비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언제고 깨질 게 분명하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방송됐던 드라마 '강력반'에서 사이코패스로 친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인물로 그 가능성을 보였다. 시청률이 높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저와는 정말 다른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하니깐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모니터할 때도 통쾌했죠. 그 드라마에 참여할 때 '김윤혜 무섭다'는 반응도 들었는데, 새로웠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는 비난받는 캐릭터일 수 있지만 연기자로서는 정말 행복했죠. 새로운 모습이라 떨렸지만 희열을 느꼈다고 할까요?(웃음)"
최근 개봉했던 영화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에서도 다른 이미지였다. 유력한 용의자만 있을 뿐 증거도 시신도 없는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된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선균)과 검사 진선민(김고은)이 사건 뒤 숨겨진 음모를 밝혀가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에서, 김윤혜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민정을 연기했다. 개봉 즈음에 인터뷰도 하고 무대 인사에도 참여하고 싶었으나 그럴 순 없었다. 한민정이라는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나면 영화가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서운할 법도 한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만족한 듯하다.
"끝까지 숨겨져야 하는 인물이었으니까요. '성난 변호사'에 나온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어떤 역할이냐?'고 물어보는데 말할 수 없었죠. 아쉽긴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 데 따른 결과라고 생각해요. 짠~ 하고 나타나야 하는 캐릭터라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해서 만족스러워요.(웃음)"
아쉬운 건 동갑내기 김고은과 친해지지 못한 점이다. 대부분이 이선균과 붙는 신이라서 김고은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한 번 연기를 같이한 신이 있긴 했지만 짧았다. 영화에서는 아예 편집됐다.
"주위에 또래 배우 친구가 없어요. 대부분 언니, 오빠들과 작품 활동을 했거든요. 이번에 좋은 기회였는데 친해질 시간이 별로 없더라고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다음을 노려야죠."
김윤혜는 차기작인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도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어여쁜 여고생인데 빙의돼 남자처럼 보여야 했다. 김윤혜가 차태현으로 빙의, 행동한다. 초반 웃음을 담당할 전망이다. "정말 남자처럼 행동했어요. '쩍벌남'이 생각날 정도로 그렇게 다녔죠. 정말 재미있고 편하게 연기했는데 이 작품도 기대가 많이 돼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하니, 김윤혜는 발끈했다. "저 연기 욕심 많아요. 단지 욕심이 가끔 초조함으로 바뀔 때가 있으니 더 안 드러내려고 노력할 뿐이죠. 욕심을 부리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욕심이 생기고 또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깐 엄청나게 누르려고 해요."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또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김윤혜는 "가족들이 묵묵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제가 늦둥이거든요. 언니와 11살 차이가 나요. 다른 친구들보다 부모님 나이가 좀 많아요. 그래도 제게 뭐라고 다그치지 않으세요. 다만 '항상 겸손하고 착하게만 지내라'고, '또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조언하시죠. 항상 고민은 되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하라는 말을 간직하고 살아요. 그러면 언젠가 저에게도 문이 열리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웃음)"
사진 소속사 웰메이드예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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