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시-장가

# 장가

네 나이 스물아홉이니

서른 넘기기 전에 장가가야 되느니라

어머님의 심심 당부에

마음 단단히 먹었지

조회 시간 구령 부르다가도

전근해 온 여선생들에게

눈길 자주 가는 걸 막을 수 없었지

맑은 눈, 뽀얀 얼굴의 여선생

시원시원한 서구풍의 그 여선생이

한눈에 들어왔지

불현듯 내 마음 흔들어 놓은

이 사람이 내가 찾던 사람이다

우리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사람이다

수업 이외에는

그 여선생님 주변을 서성이고

그녀에게 일이 생기면 내 일인 양

동의도 없이 재빠르게 해버렸지

어느 날 그 여선생님

내게 조금씩 관심을 가져

그 관심 내가 그 여선생에게 수배로 보냈더니

그저 담담하게 웃고만 있었지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어찌하겠어요

시골 와서 시골 사람 하고

그렇게 지내야지요

날 장가가도록 도와준 사람이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아내다

이문직(안동시 말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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