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법정 시한인 13일뿐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한인 올해 연말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약 없는 선거구 획정
공직선거법은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선거일 전 5개월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13일까지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13일까지 획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어려운 전망이다.
13일까지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위법이고, 올해 12월 31일을 넘긴다면 현재의 지역구는 위헌으로 무효가 된다. 헌재는 현행 선거구별 인구편차(3대 1)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며 2대 1 이내로 조정할 것을 권고하면서 연말까지 법을 개정토록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연말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가 무효가 돼 없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국회의원은 있는데 선거구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에도 선거구가 공백인 상태가 있었다. 선거구 획정 시한이었던 2003년 12월 31일을 맞추지 못했고 2004년 3월 12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한 탓에 2개월이 넘도록 선거구가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95년 12월에도 인구 편차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1996년 2월 관련 법 개정 때까지 선거구 공백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가 획정안을 13일까지 통과시키지 못하면 2004년 3월 12일 예비후보자 등록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선거구 공백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선거구를 관할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을 해야 하지만 다음 달 31일이 지나면 선거구가 사라지기 때문에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미리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후보자들은 이때부터는 후보등록이 취소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국회가 13일까지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위법이 되지만 제재할 수는 없다"면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어겼다는 비난만 받을 뿐이다"고 말했다.
◆'깜깜이 선거'…속 타는 예비주자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1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해결 기미가 없어 내년 총선 예비주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선거구 공백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뛸 운동장을 확정하지 못한 정치 신인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12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치 신인들은 내년 1월 1일부터는 선거구가 없어지므로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또 12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신인들도 예비후보자라는 법적 자격을 잃게 된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2011년 12월 13일부터 31일까지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1천54명이었다. 예비후보 등록이 무효화되거나 등록이 불가능해지면 신인들은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거나 명함 및 홍보물 발송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경우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및 홍보물 발송 ▷문자메시지 및 전자우편 전송 등이 가능하지만 다음 달 31일까지 선거구 획정 절차가 끝나지 않을 경우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예비후보자 신분 상실에 따라 후원회도 해산된다.
경북에서 선거구 재조정 가능성이 높은 영주, 문경'예천, 상주, 군위'의성'청송, 영천, 경산'청도 등에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주자들은 가장 속이 탄다. 또 대구의 경우 동갑, 동을, 북갑, 북을도 일부 조정이 불가피해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후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예비주자들은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내달 15일 전까지는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 북갑 출마를 준비 중인 양명모 대구시약사회장은 "시험을 치려면 시험범위가 정해져야 하는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달여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선거구 획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서 시험범위라도 알고 총선이라는 시험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정치 신인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얼굴을 알려야 하지만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면서 "선거구민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라도 선거구 획정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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