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진박'(眞朴) 마케팅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하면서 새누리당 내 친박(親朴)계에서는 서열 분류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임기 후반을 확고하게 지탱할 세력, 즉 '진박'(眞朴) 찾기에 나섰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새누리당 내에선 '진박'이 되기 위한 충성 경쟁이 시작됐다는 후문도 들린다.

지금의 새누리당을 보자.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박(親朴)계와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非朴)계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회법 파동' 이후 무게추는 친박계로 기울었고, 최근 'TK 물갈이설' 등이 나돌면서 친박계의 위세는 더 굳건해진 모양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보태지면서 친박계에선 일종의 족보 정리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친박이란 용어는 너무 광범위해 '충성도'에 따른 줄세우기 및 이참에 '가박'(가짜 친박)도 가려내자는 의도로 읽힌다.

새누리당 내에는 개인의 정치적 행보나 성향 등에 따라 자'타천으로 '원박', '비박', '탈박'(脫朴), '복박'(復朴), '짤박'(짤린 친박) 등이 뒤섞여 있다.

"새누리당 의원 중 이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없고,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니 모두가 친박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뱉는 의원도 있지만, 친박 울타리 의원들은 배박'탈박'비박의 꼬리표가 붙은 이들에게 '진박' 공모전 응시 자격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는 여권 후보 일부는 '박심'(朴心)을 파고들기도 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자신을 '신박'(新朴)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내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나는 친박이다"며 공개 선언을 했다.

대구경북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이들 중 '자신이 청와대의 낙점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이도 있다고 한다. 한 현역 의원은 "(나를)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친하다는 식의 말을 퍼뜨려 지역 민심을 호도해 난처하다"고 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진박' '가박' 논쟁은 가열될 것이 뻔하다. 이를 빗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이용하는 '용박'(用朴)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귀담아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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