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끝낸 고3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주도(酒道)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도의 진수는 취흥을 그대로 살리면서 지킬 것은 깍듯이 지키는 깨끗한 매너에 있다. 이 때문에 술은 어른에게 배움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개 가정에서 이를 가르치는 경우가 드물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접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과도한 음주를 하기 쉽다. 불과 몇 개월 후면 '어른의 세상'에 첫발을 내디디며 당당하게 술자리를 즐기지만, 이 역시 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평소 익숙지 않은 폭음은 구토를 유발하고 이게 잦으면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말로리 와이즈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구토 시 과도한 압력과 충격으로 식도와 위 경계 부위가 파열돼 출혈이 일어나는 것으로 대부분 자연지혈이 되지만 내버려둘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주도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술자리에서의 예절은 그 사람의 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술의 주성분이 알코올이다 보니 그 위력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절제 없이 마셨다가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경우'가 허다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술 마시는 버릇을 처음부터 잘 길들이지 않으면 큰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잘못 마시면 독이 되는 것이다.
하루쯤 날을 잡아 곧 대학생이 될 자녀와 술자리를 만들어 보자. 식당을 택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용한 집이 좋다. 주종은 처음부터 독주를 선택하기보다 맥주나 막걸리 같은 순한 술이 좋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한 자리에서 천천히 담소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주도를 몸으로 체득하게 하자.
그러면 주도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답은 향음주례(鄕飮酒禮)에 있다. 우리 조상의 음주 예절은 대단했다. ▷의복을 단정하게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흩뜨리지 않으며 ▷음식을 정결하게 요리하고 그릇은 깨끗이 하며 ▷행동이 분명해 활발하게 걷고, 의젓하게 서고, 또렷하게 말하고, 조용히 침묵하는 절도가 있어야 하고 ▷존경하거나 감사할 때마다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말을 할 것 등이 그 기본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일단 자리에 앉는 법부터 주도에 해당한다. 술자리에서의 상석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가장 웃어른부터 상석에 앉은 다음 차례로 앉는 게 예의이다. 그리고 술을 줄 때나 받을 때 오른손으로 하는데, 윗사람에게 권할 때는 의향을 물어본 후 승낙이 있으면 술잔에 술을 따라야 한다. 이때 상대가 술잔을 받기 좋도록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 끝으로 잔의 밑이나 오른손을 살짝 받쳐 공손하게 주면 된다. 간혹 상대방에게 술잔을 직접 주지 않고 상위에 술잔을 놓고 따라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윗사람에게 술을 받을 때는 자연스럽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술잔을 받은 후 바로 술잔을 내려놓으면 달갑지 않다는 뜻으로 비치므로 일단 입에 대어 조금 마신 후에 내려놓아야 한다.
고사에 '주불취인인자취(酒不醉人人自醉)요, 색불미인인자미(色不迷人人自迷)라 해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색이 남자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스스로 유혹되는 것이니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술 마시고 말 없는 사람이 진짜 군자(酒中不言眞君者)라는 옛 성인들의 말도 주지시키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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