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벌이에 파묻힌 현대기술…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우월한 배아 유전자로 편집한 아기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권복규 등 8명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우리는 종으로서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저명한 과학자 칼 세이건 박사가 남긴 말이다. 사실 우리 인류는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코스모스를 인식한 첫 번째이자 유일한 종이기도 하다. 다른 동물들은 서로를 먹잇감으로 인식할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지구에 살던 어떤 생명체도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 어떤 꽃도 예뻤던 적이 없다.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으로 꽃을 예쁘다고 불러주었고, 이 우주가 장대하고 아름다운 것도 우리 인류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현대 과학기술 사회는 과학의 폭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이끌어내는 파괴적 사회적 변화가 점점 극명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자들은 과학의 사회적 위험보다는 논문과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인문학을 잃어버린 과학기술이 얼마나 위험한 지 경고하고 호소한다. 이제 과학기술은 더 이상 학자들이나 기술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올해 5월 초 세계적인 과학잡지 의 리처드 스톤 편집장은 깊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중국 준지우 황 교수의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성공'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지면에 싣지 않기로 한 것이다. 황 교수는 좀 덜 알려진 이라는 과학잡지에 논문을 실었고, 이에 대해 과학계와 대중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전자 연구의 역사에 남을 일이라는 의견과,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이 책 6장에서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유전공학이 낳을 미래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가장 경계한다. 유전자 디자인 아기(=유전자를 편집하여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아기)가 새로운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유전자 편집은 개인의 우월성을 넘어서 인간의 우열을 낳고 유전자로 운명이 결정되는 미래 사회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유전자 편집기술의 창시자이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리보핵산(RNA)기반 인공 제한효소)의 개발자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역시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기술이 미래 인류에 심대한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과학의 발전은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장면도 창출한다. 이라크 전쟁 당시 동료를 치료해달라며 울부짖는 미군 병사의 사진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다친 동료는 다름 아닌 지뢰 제거 로봇이었다. 사람들은 미군 병사를 조롱하기보다 이제 인간이 로봇에게 정을 주고, 로봇을 인간처럼 대하는 때가 도래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절대 넘어지지 않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공개하면서, 스팟이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개발자가 걸어가는 스팟을 발로 걷어차 논란이 빚어졌다. "우리 불쌍한 로봇" "제일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라는 여론이 확산됐던 것이다.

이 책은 ▷1장: 21세기 과학 최악의 시나리오(원종우) ▷2장: 과학과 휴머니즘의 해후(이명현) ▷3장: 안드로이드 하녀를 발로 차는 건 잔인한가?(정지훈) ▷4장: 빅브라더와 리틀시스터의 감시탑(이창무) ▷5장: 메르스의 승리와 한국 의료의 위기(권복규) ▷6장: 유전공학의 저울추-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사이에서(홍성욱) ▷7장: 원자력에 대한 집착과 에너지 독립(이필렬) ▷8장: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살아남기(이정모)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기술이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든 과학기술의 시대에 핵심 이슈들을 모두 짚은 셈이다. 33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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