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화가 복이 되는 전화위복의 예가 보기보다는 상당히 많다.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는가 보다. 독일 중부에서 남부까지를 잇는 동화에 나오는 듯한 아기자기한 집들로 가득 찬 마을들이 줄지어 있는 '로맨틱 가도'(The Romantic Road) 얘기를 하고자 해서 하는 말이다. 거의 왕과 같은 권력을 가졌던 대공작(Grand Duke)의 거처인 궁이 위치한 뷔르쯔부르크(Wurzburg)로부터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온 '백조의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있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국경마을 퓨센(Fussen)까지의 길을 일러 사람들은 로맨틱 가도라고 부른다. 원래는 로마시대로부터 물산이 풍부했던 지중해와 동방에서 온 물자를 중부 유럽으로 수송하던 길이라고 해서 '로마로의 길'이란 뜻으로 로맨틱 가도라고 불렀는데 나중에는 길가의 마을들이 워낙 아름다워 '낭만적인 길'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정착이 되었다. 무역이 이루어지던 길이라 왕래도 많고 해서 길가에 여관 마을들이 형성되었으나 항해술의 발달로 서부유럽 항구를 통해 수송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세상으로부터 잊히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마을들이 개발에 뒤처져 남아있게 되어 우리는 지금 중세의 마을을 오롯이 감상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이런 마을들은 관광객들로 넘쳐 나게 되었으니 바로 이를 일러 전화위복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지난 10월 6일 자 기사 벨지움의 브루게와 바로 같은 경우이다.
350㎞ 로맨틱 가도의 길 연변에는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있다. 그 중에도 로맨틱 가도 관광 지도에 크게 표시된 주요 마을은 15개이나 연변의 작은 마을들까지 치면 27개의 마을이 들러 볼만한 곳이다. 어느 마을 하나 예사롭지 않은 곳이 없다. 마을의 모든 집 벽은 형형색색의 파스텔 색깔이 칠해져 있어 어느 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도 바로 그림엽서의 풍경이 나온다. 그런 집들이 거의 모두 식당이거나 기념품 가게, 게스트 하우스, 호텔들이다. 그래서 로맨틱 가도 여행은 거리에 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색 있는 각종 가게와 식당들을 외면하고 쉽게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마을마다 특유의 맥주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장인들의 손길이 깃든 수공예품들이 그런 가게 안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으로부터 끝까지의 거리만 생각해서 여행 계획을 잡아서는 안 된다. 여유롭게 일정을 짜서 천천히 마을들을 즐기면서 돌아야 한다. 제대로 로맨틱 가도를 관광하려면 최소한 4박 5일을,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6박 7일은 잡으라고 권하고 싶다.
로맨틱 가도 마을 중 어디 하나 놓칠 곳이 없지만 그중에도 로텐부르크(Rothenburg o.d,t)가 가장 다양하고 아름답다. 다른 마을들을 반나절씩만 돌아본다면 여기는 최소한 하루 종일을 잡아서 보고 그리고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그만큼 로텐부르크는 잘 보존되어 있고 볼만 곳이 많다는 말이다. 그다음이 로맨틱 가도를 시작하는 뷔르쯔부르크와 끝이 나는 퓨센에서도 반드시 하루를 할애해야 한다. 뷔르쯔부르크 대공작의 궁과 퓨센의 루드비히 2세 왕의 백조의 성을 보려면 각각 반나절은 걸리기 때문이다.
로맨틱 가도는 큰 의미가 있는 문화유산이나 대단한 자연 경치가 있는 관광지는 아니다. 그냥 독일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농촌 마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보기 위한 곳이다. 어느 계절에 가도 로맨틱 가도는 아름답다. 봄은 봄대로 아름답다. 야산에 갓 피어오른 신록과 함께, 들판을 뒤덮은 유채 밭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샛노랗다. 특히 봄철 부활절 시즌에 여행을 하면 로맨틱 가도 마을의 성당과 집 문에는 부활절을 기리는 이채로운 장식이 정말 구경할 만하다. 로맨틱 가도의 여름은 산천이 흐드러진 푸름으로 가득하다. 가을은 단풍이 어우러져 평화로움과 함께 자연의 완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눈 덮인 겨울 로맨틱 가도 마을의 집과 거리는 바로 크리스마스카드의 모습이다.
여행을 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을 듯하다. 일정을 빡빡하게 짜서 몰아치면서 가는 방법과 한 곳에서 죽치면서 망중한의 휴가를 보내는 방법, 그리고는 여유롭게 천천히 움직이면서 하는 여행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로맨틱 가도를 즐기는 여행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마지막 방법이 아닐까 한다. 로맨틱 가도 안의 마을들은 결코 휘몰아쳐 보아서는 안 된다. 마을들 하나하나 천천히 돌아보면서 즐겨야 한다. 내가 만났던 미국인 부부는 10년째 로맨틱 가도에 와서 2주씩 머물다 가는데도 아직도 다 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로맨틱 가도를 보았다고 하면 조금 심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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