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을 통해 간송대구미술관이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 옆에 건립을 검토 중이란 소식을 접했다. 한마디 하자면 '글쎄요?'이다. 왜냐하면 고미술의 바탕과 대구문화예술의 환경 벨트를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간송미술관이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1990년대 이후 일제 잔재의 청산과 함께 조선 진경문화의 새로운 탐색이 부각되었고, 게다가 서울 도성 외곽에 펼쳐진 성북동 성곽길과 이곳을 감싸고 있는 무궁무진한 근대유산이 있었다. 성북동 비둘기, 만해 한용운 고택, 최순우 고택, 한국가구박물관, 법정 스님의 길상사 등 서울을 대표하고 한국을 알리는 문화 벨트가 있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대사관 건물과 멋진 식당이 카페와 함께 줄지어 있다.
한양과 경성을 알려면 간송의 성북동 문화 벨트를 시작으로 북촌 한옥마을과 경복궁 지역을 지나고, 이어지는 인왕산 자락의 서촌을 잇는 이곳이 조선과 근대의 시작과 끝이 된다. 만약 간송미술관이 과천국립현대미술관 부근이나 야구장 등 스타디움 옆에 위치하여 차를 타고 멀리 가야 한다면 오늘날의 감동 있는 간송미술관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 그러면 대구를 보자. 대구 문화예술의 옛 스토리를 품고 있는 공간은 아무래도 중구와 남구 지역에 몰려 있다. 조선시대 대구 성곽의 사대문 지역과 근대의 특성을 가진 곳을 말한다. 중구의 성공적 근대 스토리가 이것을 말하고 있다. 듣자 하니 '대구미술관 옆 부지'와 '성당동 이우환 미술관 무산지역' '두류 정수장' 위치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만약 이 3개 지역을 두고 말한다면 삼덕동 대구미술관 옆은 그중 입지 조건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구미술관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감동을 주는 관람은 되지 못할 것이다. 서울의 간송미술관에서는 몇 시간씩 기다리다 짧은 시간 간송미술관을 둘러보면 몸은 피곤하지만 성북동 아트 투어의 행복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과 '간송문화' 전시 도록을 펼쳐보며 성북동 비둘기처럼 상상하면 내가 사람인지 신선인지 혼동되기도 한다. 그러한 감동이 있기에 전국에서 구름처럼 관람객이 모인다.
대구미술관 지역은 지하철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가기에 너무 멀고 30분 간격의 순환셔틀버스와 일반버스가 있지만 타기가 불편해 개인 자동차 외엔 딱히 이동수단도 없다. 또한 주변에는 황량하고 스산한 산자락 아래 덩그런 건물과 대구스타디움이 전부이다. 만약 이곳이 새로운 문화명소가 되려면 수십 년이 지나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지역에 못 미쳐서 곧 수성의료지구와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게 되겠지만, 서화와 도자기 금속공예의 고미술이 품고 있는 옛 향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중구나 남구 지역의 골목 골목에 오래된 곳을 매입하여 주변과 어울리는 멋진 건축물로 지어진다면 최고의 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옆에 신천과 같은 물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경비도 절감될 것이다. 손님이 대구 지역의 내부인 구도심을 보지 못하고 외곽에 자리한 대구스타디움 옆 간송대구관을 본 후 고속도로를 통하여 간다면 이것 또한 대구문화관광산업과 연계한 융합문화산업이 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대구 400년 경상감영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도심지역에 건립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만약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나마 차선책으로 조선의 명가 서거정이 말한 '남소'라고 불리는 성당못 옆 대구문화예술회관 부근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미술의 감상은 주변 지역의 근대건축공간스토리와 함께하여 관람객과 호흡해야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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