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다음 테러 목표로 지목된 러시아
엄격한 이민자 관리에도 공포감 확산
이슬람포비아 확산에 인종 갈등 심해져
국경 굳게 닫혀 시리아 난민은 갈 곳 없어
지난달 이집트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하고 그 배후에 이슬람국가(IS)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때만 해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공포는 그리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객기 추락 후 2주도 지나지 않은 13일, 파리에서 동시에 발생한 여러 건의 테러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테러의 목적이 폭력으로 상대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 여객기 추락에 이어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IS에서 다음 테러 목표지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들이 극장으로 침입해 관객을 인질로 삼아 자폭 테러를 자행한 파리 바타클랑 극장의 경우는 2002년 모스크바 두브로프카 극장에서 발생한 인질 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 젊은 여성도 여럿 포함된 체첸 출신 테러범들은 폭탄 조끼를 걸치고 뮤지컬이 공연되던 극장에 침입하여 수백 명의 관객을 인질로 삼아 체첸 독립을 요구하면서 푸틴 정권과 협상을 시도했다. 이 시도는 "테러리스트와는 그 어떤 협상도 없다"는 푸틴의 단호한 말대로 실패로 끝났다. 푸틴의 특수부대는 극장에 독가스를 살포한 후 잠입, 테러리스트 전부를 사살했던 것이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무고한 관객 역시 가스에 질식되어 100명이 훨씬 넘게 희생되었던 이 진압 방식은 서방에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에서는 프랑스 테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도 그 책임을 프랑스 정부와 대통령이 보여준 그간의 미지근한 대응의 결과로 돌리고 있다. 특히 지난 9월부터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서 IS 공습을 실시한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 리더들의 견제에 대해, 특히 프랑스의 친미 행보에 대해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사건 이후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는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누구와도(즉 러시아) 공조할 수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IS는 다음 테러 목표로 공공연히 러시아를 지목하는 동영상을 여러 매체에 올리면서 러시아의 도시와 바다가 피로 넘쳐날 것이라 위협하지만, 푸틴 정부는 쉽게 공격당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그것은 수차례 유사한 상황을 겪으며 엄격한 이민자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대테러 정책을 시행해온 러시아만의 여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행기 폭파 사건을 겪고 파리 테러를 목도한 러시아인들은 화학 무기나 비행기 폭격 등 예기치 않은 방식의 테러에 대한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공포가 전 세계적인 이슬람포비아의 확산으로 연결되어 인종 및 종교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프랑스처럼, 러시아 역시 구소련에 속했던 '스탄' 출신 이민자가 상당수에 이르는 다민족, 다종교 국가다. 체첸 전쟁 이후 제기된 이슬람포비아는 최근 일련의 테러 이후 더 심화되어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등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까지 이어진다.
사실 이번 테러 사건들의 직접적 원인이 러시아와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이라지만, 시리아 내전과 IS라는 괴물의 탄생,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 등은 1차 대전 직후 프랑스의 시리아 복속까지 거슬러 갈 수 있다. 게다가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미국과 서유럽, 그리고 러시아의 엇갈린 이해관계는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희생자는 평범한 프랑스인과 러시아인들, 강대국 간 대리전의 현장이 된 조국에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제는 세계 각국의 더 굳게 닫힌 빗장으로 갈 곳조차 없어진 시리아 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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