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대구에 살고 있는 다나카 마오(가명'42) 씨. 마오 씨에게 한국 생활은 어두운 기억뿐이다. 결혼 초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남편은 10년 넘게 투병 중으로, 병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마오 씨는 식당일, 공장일 등으로 세 아이를 키웠지만 결혼이주여성으로서 한국 생활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최근에는 마오 씨 자신도 건강이 나빠지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스트레스 탓에 어렸을 때부터 앓던 아토피가 심해졌고 얼마 전에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판정까지 받아 집안일을 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가장의 사고로 무너진 가정
일본 니가타현이 고향인 마오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한 동경이 컸다. 한국 음악, 영화 등을 자주 접했고, 외국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 혼자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을 정도였다. 마오 씨는 일본에서 치과위생사로 10년간 일했고 병원에 함께 근무하던 선배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대구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 마오 씨는 한국 생활이 꿈만 같았다. 자상한 시부모님과 든든한 남편 덕분에 타향살이가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결혼 2년 만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이들 부부의 행복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퇴근길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로 들어서던 남편을 보지 못한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남편을 친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도 한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을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대기업 식품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그 길로 직장을 그만뒀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응급실로 실려 간 남편을 두고 병원에서는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의식을 회복하고 나서도 몇 달간은 손가락조차 까딱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어요. 한참 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지만, 만성신부전과 악성빈혈로 병원을 집처럼 드나들었어요."
남편은 매주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고 조금만 피곤해도 혈액검사를 받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그래도 남편은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때마다 일용직, 공장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마오 씨도 식당일, 초등학교 다문화 교사 등으로 조금씩 돈을 벌긴 했다. 하지만 남편의 병원비와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저희 부부 둘 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빚과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어요."
◆가족 병원비에 생계 막막
남편은 투병 생활 중에도 틈만 나면 돈을 벌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세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탓에 병세는 점점 악화됐다. 최근에는 소변에서 피가 나오고 자고 일어나면 얼굴과 손발이 심하게 부어 밖에 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그동안 앓던 만성신부전이 악화돼 나타난 증상이라고 해요. 조만간 신장투석을 해야 하고 심하면 신장이식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해요."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에는 4살 된 막내딸이 발달장애가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순한 성격에 말수가 적어 배우는 속도가 느릴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만큼 부부는 충격이 컸다.
매일 밤 남편과 딸 걱정에 잠을 설치는 마오 씨는 자신의 몸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최근 심해진 스트레스로 아토피가 온몸에 퍼졌고, 2년 전에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판정을 받아 무릎, 손가락 관절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병원비 걱정에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이들 부부와 세 자녀 앞으로 나오는 한 달 지원금은 약 150만원. 남편과 딸의 치료비, 초'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해 매달 빚만 늘어가는 상황이다.
"남편을 간호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제 몸을 챙기는 건 꿈도 못 꿔요. 남편과 딸이 아무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면 다른 바람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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