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제조업 중 섬유산업 비중(2013년 기준)은 사업체 기준 22.2%, 종업원 수 기준 18.5%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침체의 늪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2010년 22.1%였던 대구지역 전체 산업 중 섬유수출 비중은 지난해 16.2%까지 줄었다. 내수경기 부진, 개발도상국의 기술추격, 한중 FTA 타결 등의 악재 속에 수출 하락이라는 최악의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활로가 절실한 시점, 대구 섬유업계는 그 답을 타 업종과의 융합에서 찾고 있다.
◆섬유'이(異)업종 비즈니스로 융합
대구 성서의 섬유기업인 ㈜해원통상은 의류용에서 산업용 소재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쿠션 효과가 더 좋은 사무실 의자용 원단, 안전도가 탁월한 보호복, 소방복 등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터키에 경찰복 원단을 수출하고 있다. 산업용 소재 개발을 위한 R&D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원통상 관계자는 "기존 의류용 제품은 사업성에 한계가 왔다. 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판로가 넓은 산업용 소재 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섬유산업은 의료'자동차 등 이(異)업종과 만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 섬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이업종 융합 비즈니스 기반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국'시비 등 38억원을 투입해 섬유와 다른 업종 사이에 융합제품 기술개발 지원, 기업 간 교류 협력 등을 펼친다는 목표다. 사업 수행은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이 맡았다.
심승범 섬개연 창조기획실장은 "지역에서 개발된 섬유소재가 자동차, 의료 등의 핵심 부품소재로 사용돼 외국으로 수출된다면 부가가치 효과가 매우 크고, 산업 간 동반성장과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섬유와 IT, BT, NT가 융합된 기능성 섬유를 블루오션으로 내세워 기술과 시장 양면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시와 섬개연은 이업종 융합 비즈니스 기반 조성 사업 1년 차인 올해 섬유'기계'자동차 부품 등 72개 기업을 선정'참여시킨 가운데, 내년에는 참여 기업 수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역 섬유업체를 대상으로 ▷이업종 융합기술 개발을 위한 창조기업협의회 운영 ▷창조기술 국제콘퍼런스 개최 ▷창조제품 개발지원 ▷융합형 창조제품 브랜드 홍보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시는 내년부터 섬유와 의료를 결합한 '웰 텍스'(Well Tex: 건강을 뜻하는 Wellness와 섬유를 의미하는 Textile을 합친 말)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아토피 피부염 개선 섬유, 혈액 순환 개선 이너(속옷) 섬유, 비염 개선용 마스크 섬유제품 등이 개발 목표다. 대구시 김영기 섬유패션과장은 "의류업체의 이업종 융합을 독려해 부가가치 높은 산업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융합 분야 무궁무진
이달 4일 섬개연에서 열린 '이업종 교류협력을 위한 섬유국제콘퍼런스'에서는 토목산업과 섬유의 융합기술, 메디컬섬유의 적용사례 및 이업종 융합 섬유기술 개발동향 등 다양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토목산업과 섬유의 융합사례로는 섬개연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연약지반 보강용 진공배수제'가 소개됐다. 대한민국 10대 기술로 선정된 이 기술은 부직포와 플라스틱 소재를 융합해 만든 진공배수제를 국내 항만 및 간척기 토목공사에 이용한다. 지반이 약한 땅속에 1m 간격으로 집어넣어서 진공압으로 빨아 당기면 땅속의 물기를 빼내 지반을 견고하게 한다. 부직포는 잘 찢어지지 않고, 땅속의 흙은 걸러내고 물기만 제거한다.
의료산업과 섬유의 융합사례도 있다. 섬개연은 혈액 필터를 연구하고 있다. 이는 혈구와 혈장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필터로 혈액정화, 혈액투석여과 등에 사용될 수 있다. 고가의 수입품을 대체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여 현재 안정성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병원에서 위생, 치료, 수술 등의 목적에 이용되는 메디컬 섬유는 매년 4.5%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보유한 대구에서 더욱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영남대 나노메디컬유기재료공학과 오태환 교수는 이업종 교류'융합이 지역 섬유산업 재도약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지역 섬유산업은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원사 제조사(업 스트림)-직물'제직업체(미들 스트림)-염색'가공업체(다운 스트림)가 협력하면서 고기능성 섬유소재를 개발해왔지만 한계가 있다"며 "의류용은 고기능성'고감성으로 발전하되 나머지는 탄소섬유 복합소재, 스마트 의류, 친환경 섬유, 메디컬 의류 등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산업용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섬유산업과 타 업종간 융합'교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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