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잠자는 코끼리, 인도를 깨우다

1969년생. 덕원고 졸업.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박사. 전 서강대 학생문화처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공정거래학회 이사.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자문위원
1969년생. 덕원고 졸업.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박사. 전 서강대 학생문화처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공정거래학회 이사.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자문위원

세계 공장으로 탈바꿈시킨 모디 총리

업종 불문 글로벌 기업 인도 투자 러시

언어·종교·행정 갈등 요인 상존하지만

중국 대신할 엘도라도가 되리라 확신

통일신라 원성왕릉의 무인석과 처용가의 처용은 아랍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대에 이미 인도를 넘어 아라비아와도 교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역량의 4분의 1은 중국과 이루어지고 있다. 그다음 미국, EU, 일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자국기업 보호정책으로 중국은 우리 기업에 더 이상 기회의 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특이한 점은 베트남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엔퐁공장에서 많은 중간재를 수입하고 있기에 베트남은 작년에 대한민국의 수출국 5위로 이름을 올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주요 교역국이 미국에서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으로 점점 서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낮은 인건비와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인도가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도를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5개월 만에 'Make in India'(제조업 국가 인도)를 선포하면서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 7월에는 대만의 팍스콘이 2020년까지 인도에 공장을 12개 짓고 100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의 스미토모상사 등은 델리에서 115㎞ 떨어진 라자스탄주 님나라의 250만㎡ 부지에 일본 전용공단을 설립, 45개 기업이 9천100명을 고용하여 가동하고 있다. 또한 이스즈는 5천300억원을 투자해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연산 12만 대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고, 혼다 역시 라자스탄주 타푸카라공장의 생산 규모를 연간 12만 대에서 18만 대로 늘렸으며, 소프트뱅크는 인도 바르티 등과 합작 형태로 약 23조4천억원을 투자해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자 한다.

영토분쟁으로 전쟁까지 불사한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는 지난 몇 년간 페이티엠과 스냅딜에 6억8천만달러를 투자하였고, 베이치 포톤은 지난 10월 인도에 상용차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으며,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생산단지를 설립하기 위한 허가를 인도 정부로부터 받았다.

미국의 GM, 포드, 아마존, 시스코뿐만 아니라 EU의 메르세데스 벤츠, 에릭슨, 보쉬, 지멘스 등은 자동차, 전기'전자'통신, 식품가공, 의류, 가구유통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인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마치 1800년대 중반 미국 중서부의 골드러시를 연상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도 상존한다. 인도의 면적은 328만7천263㎢로 남한의 32배에 해당한다. 이에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를 비롯해 힌두어 등 700가지가 넘는다. 인도는 언어만큼이나 행정권력도 지방 분권화돼 있다. 28주 7개 직할시로 구성돼 있는 지방정부는 주마다 정치 형태도 다르다. 따라서 모든 정책은 지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 2005년부터 추진해온 포스코의 인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있어 오디샤주 지방정부와 인도 중앙정부의 광산개발권을 사이에 둔 충돌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종교로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등이 있다. 다수의 힌두교도와 소수의 이슬람교도 사이에는 교리, 전통 등의 차이로 기인하는 반목과 대립이 상존한다. 또한 현재도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카스트제도에 포함도 되지 않는 불가촉천민 하리잔과 천민계급인 수드라는 인도 인구의 80%에 해당된다.

이러한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잠재력은 바로 12억 명이 넘는 인구에서 나오는 풍부한 노동력과 잠재적 소비시장, 인도공과대학(IIT)을 비롯해 해마다 10만 명 이상이 배출되는 IT 전문인력, 15%에 육박하는 인도 출신의 실리콘밸리 인력, 1억 명이 넘는 영어 사용자, 운모류 세계 1위, 철광석 세계 4위, 보크사이트 6위, 납 6위, 망간 7위 등 풍부한 광물자원 등이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살길이 제2의 해외시장 개척과 디지털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라고 볼 때, 조만간 인도는 중국을 대신할 우리 기업의 새로운 엘도라도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에서 인도에 대한 전략적 관심, 시장 개척 그리고 공동연구를 위한 노력이 보다 더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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