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길 흰색 LED 가로등 '좋아요'…운전 방해 LED 전광판 '나빠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주황색 나트륨 보안등 대신 밝은 백색 빛을 내는 LED 보안등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잦다. 대구시내 한 원룸 골목 주황색 보안등 아래 걸어가는 시민의 형체는 잘 알아볼 수 없지만(왼쪽), LED 보안등이 달린 국채보상공원에는 시민들을 선명히 알아볼 수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주황색 나트륨 보안등 대신 밝은 백색 빛을 내는 LED 보안등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잦다. 대구시내 한 원룸 골목 주황색 보안등 아래 걸어가는 시민의 형체는 잘 알아볼 수 없지만(왼쪽), LED 보안등이 달린 국채보상공원에는 시민들을 선명히 알아볼 수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7일 LED 전광판을 단 불법 광고물 차량이 야간에 도심을 누비고 있어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7일 LED 전광판을 단 불법 광고물 차량이 야간에 도심을 누비고 있어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주황색 나트륨등 음침한 분위기…"혼자 걷기 겁나"

#회사원 백모(27'여'달서구 진천동) 씨는 퇴근 후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 늘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서 내려 단지 입구까지 가는 길 내내 주황색 보안등뿐이기 때문이다. 백 씨는 "옛날에는 주황색 가로등이 은은하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져서인지 주황색 불빛이 골목에 어려 있으면 어둡고 음침해 혼자 걷기 겁난다"고 했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주택가. 이곳은 긴 골목길에 주황색 보안등이 하나만 있어 수년간 '백색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됐다. 하지만 구청은 최근 백색 대신 주황색 보안등 하나만 새롭게 설치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LED 백색 보안등은 추가 예산 확보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밤길 안전을 위해 우선 주황색 보안등을 설치했다"고 했다.

밤길을 밝히는 주황색 가로등, 보안등을 흰색 불빛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백색 불빛에 비해 주황색은 음침한 분위기가 나고 더 어두워 밤길이 무섭다는 이유에서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만 되면 골목길, 주택가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이 같은 민원이 급증한다.

대구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전용도로, 폭 20m 이상의 도로 등에 설치된 가로등은 모두 7만9천379개다. 이 가운데 주황색 빛을 내는 나트륨등은 28% 정도인 2만2천654개, 나머지는 LED, 세라믹 메탈, CDM 등 백색 계열이다. 특히 큰 도로 등을 중심으로 조도가 높은 흰색 계통의 LED 등이 점차 늘면서 '왜 우리 동네 가로등만 주황색이냐'는 항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 골목길 등에 설치돼 각 구'군에서 설치'관리하는 보안등은 주황색 계열이 대부분이다. 백색 계열 보안등의 경우 중구는 5천456개 중 473개, 달서구는 9천894개 중 2천30개, 서구는 9천400개 중 300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각 구'군은 예산 제약 상 관내 모든 주황색 보안등을 한꺼번에 백색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구'군청 관계자들은 "주위 상가가 없어 어두운 지역일수록 백색 계열의 가로등, 보안등으로 바꿔 달라거나 추가 설치 민원이 많다"며 "밤길이 어두워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주택가를 중심으로 백색 계열 가로등, 보안등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강한 빛에 시선 빼앗긴 운전자 앗車車 "사고 위험"

박모(29) 씨는 최근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도로를 운전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교차로를 향해 달려가던 박 씨 차량 왼쪽으로 전광판을 설치해 아파트 분양을 광고하는 탑차 3대가 잇따라 지나가면서 시선을 빼앗겨 정지선에 정차해 있던 앞차를 들이받을 뻔한 것이다. 박 씨는 "왼쪽으로 강한 빛이 들어와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나와 운전을 제대로 못 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야간에 도심을 누비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차량 광고물이 안전운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단속을 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다.

LED 전광판을 단 차량은 대부분 야간에 도심을 누비거나 도롯가에 정차해 광고한다. 하지만 주로 유동 차량이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다니다 보니 운전을 방해하기 일쑤다. 북구 칠성동에 사는 이모(37) 씨는 "남침산네거리 귀퉁이에 며칠간 헬스장 광고 전광판 차량이 정차해 있었다"며 "우회전하는 차량이 귀퉁이만 돌면 바로 강한 빛에 노출돼 위험했던 적이 많다"고 했다.

전광판 차량 광고물은 명백한 불법 광고물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는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에는 전기를 사용하거나 발광 방식 조명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이를 어겼을 때는 지자체가 시정조치와 면적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주 대부분은 '단속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광판 차량 광고물을 선호한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불법 광고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시간대별로 이동해 원하는 곳에서 광고할 수 있어 효과적인 데다 단속도 잘 이뤄지지 않아 이를 원하는 광고주가 많다"며 "주로 아파트 분양 광고나 아웃도어 매장, 헬스장 등에서 광고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단속 건수도 해마다 제각각이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3년 253건에 달했던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 단속 건수는 지난해 17건, 올해 9월까지 18건에 불과했다. 올해 구별 단속은 달성군 10건, 수성구 4건, 서구 2건, 달서구 2건 순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해마다 특별단속을 벌이는 내용이 달라 차이가 난다. 지난해와 올해는 정해진 인력으로 단속을 많이 할 수 있는 현수막 광고 단속을 늘렸다"고 해명했다. 구청 단속반 관계자도 "고정된 현수막 단속과 비교하면 전광판 차량은 이동이 쉬워 신고가 들어와도 단속하기가 녹록지 않다. 또 활동 시간이 주로 야간인데 야간 광고물 단속은 일주일에 2차례만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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