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소년 흡연율 감소, 반길 일이나 아직 할 일은 많다

올해 중·고등학교 청소년 흡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7년 13.3%까지 치솟았던 흡연율은 올해 7.8%까지 곤두박질쳤다. 매일 흡연율(최근 30일 동안 매일 흡연한 사람의 비율)은 3.8%까지 떨어졌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17개 시도 800개 중·고교 학생 6만8천4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담배는 성인 건강에도 해롭지만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치명적이다. 자주 침을 뱉는 청소년의 십중팔구는 천식 같은 기관지 손상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심각한 폐질환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혈액 내 산소를 부족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두뇌 활동을 방해한다.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떨어뜨린다. 청소년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음주율은 6.4배, 아침식사 결식률은 1.4배, 우울감 경험률은 1.9배 높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좋은 것은 없고 나쁜 것은 넘쳐난다.

흡연의 악영향은 실제 흡연 청소년이 금연을 시도하는 이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었다. 흡연 청소년의 70% 이상이 금연을 시도하고 있었고 그 이유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이유(30.3%)를 가장 많이 들었다. 다음으로 '흡연으로 몸이 안 좋아졌다'는 학생도 25.8%나 됐다. 흡연자의 절반 이상이 건강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담뱃값이 비싸서' 금연을 고려하는 학생도 15.9%에 달했다. 흡연 학생들의 금연 시도 이유를 뒤집어 보면 정부 금연 정책의 답은 명확해진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홍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금연 노력이 중요하지만 담뱃값 추가 인상도 고려해 봄직하다. 청소년의 담배 구매 용이성을 알아봤더니 어떻게든 담배를 살 수 있었다는 청소년이 5명 중 4명이었다. 아직 담뱃갑 경고 그림에 대해 '지나치게 혐오스러워선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그마저 바꾸지도 않아 흡연자들은 이미 무감각해진 상태다. 담뱃값은 여전히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담배를 살 수 있는 곳은 넘쳐 난다. 청소년 흡연율 감소는 반길 일이지만 미래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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