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정치판. 내년 대구 총선 판이 친한 선'후배, 동료에서 정적(政敵)으로 싸워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가까웠던 사이에서 '맞짱'을 떠야 하는 총선 주자들을 두고 시민들은 '대구판 배신의 정치'를 보는 듯하다고 입을 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뒤 대구 정치판에서도 배신의 정치가 다시 화두다. 최근 대구 동을 출마를 선언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출마의 변에서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신도 배신의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전 청장은 유승민 의원으로부터 동구청장 공천을 두 차례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2006년 구청장에 출마하려고 할 때 정말 힘들었다. 한 번도 저에게 믿음으로 공천을 준 적이 없다"고 유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작년 시장 선거에서 공정한 경쟁 관리를 해야 할 분이라고 믿었지만 공정한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지난날의 정치이기 때문에 이해한다. 이해하고 다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전 청장은 출마선언문에서 유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이에 대해 유 의원 측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반박했다. 유 의원 측은 "출마선언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 측에 대한 말과 비방으로 도배됐다. 한순간의 정치 상황에 기대지 말고 본인의 정치, 본인의 주장을 말하라"고 일침을 놨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친한 선후배에서 정적으로 맞닥뜨려 '배신의 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김 전 지사(51회)와 김 전 의원(56회)은 경북고 동문이고, 또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기도 했다. 사석에서는 서로 '형님 동생'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누가 뭐래도 이것은 잘못된 싸움이다. 정치가 비정하고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비애스럽다"면서"둘 다 한때 시대의 어둠에 맞섰던 당당한 청년이었다. 대구시민이 정의롭게 심판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측은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 교두보를 만들어줄 수 없다. 인간적 정리를 떠나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표밭을 맹렬히 누비고 있다.
대구 달서을 윤재옥 국회의원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경찰 선후배지간에서 정적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 모두 치안정감 출신이어서 '무궁화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신경전이 치열하고, 선거판이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2000년 대구경찰청에서 윤 의원은 보안과장, 김 전 청장은 수사과장을 지냈다. 2000년 윤 의원이 먼저 달서경찰서장을 지냈고 다음해 김 전 청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친한 선'후배, 동료끼리 한 선거구에서 맞붙는 경우가 이렇게 많은 것은 20대 총선이 처음인 것 같다. 유권자들은 선거판을 흥미롭게 지켜보겠지만 당사자들은 모르는 사람끼리의 경쟁보다 속이 더 타고,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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