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이 '전우치'(2009)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한국형 엑소시즘'이라는 소재가 관객의 관심을 자극, 누적관객 360만 명(17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이 흥행에 배우 박소담(24)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사고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소녀 영신은 후반부 주인공과 다름없다. 악령이 씐 소녀는 두 사제와 40여 분간 위험한 예식을 벌인다.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박소담의 연기에 소름 돋을 정도"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 박소담을 향한 편견이 있는 이가 몇몇 있었다. 이유는 영화 '베테랑'과 '사도'에 이어 '검은 사제들'까지 소위 '잘나가는' 영화에 얼굴을 비쳤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밀어주지?" "고평가된 것 아냐?" 등등 혹자는 이 여배우를 기용한 데 어떤 이유가 있는 듯 의심한다.
하지만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케이스다. 알고 보니 연기 욕심이 강해 수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당당히 뽑혔다. 지난해 오디션 봐 합격했던 영화들이 올해 개봉해 수차례 인사하는 것뿐이다. 또 다른 영화에서는 이렇다 할 연기를 보여줄 수 없는 역할이었다.
"학교 다닐 때 단편, 독립영화 작업을 꾸준히 했었어요. 학교도 재미있었지만 더 큰 세상에 나가야 하는데 제가 뭘 잘하는지 몰라서 여기저기 다양한 작품과 배역 오디션을 봤죠.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오디션을 다 본 것 같아요. 떨어지기도 엄청나게 떨어졌죠. 4년 동안 열심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좌절하기도 했고요. 작년 한 해는 많이 무너지고 또 많이 쌓아올린 시기인 것 같아요."
지난해 한 달에 19개 작품 오디션을 본 적도 있다. 그렇게 꾸준히 문을 두드렸고, 출연한 작품들이 올해 줄줄이 개봉했다. 박소담은 "오디션 떨어졌을 땐 '내가 잘하는 게 없구나' '난 무엇을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엄마가 '네가 좋아서 시작한 건데 왜 그러냐?'고 따끔하게 혼을 내서 정신 차렸다. 그렇게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녔다"고 웃었다.
'검은 사제들'도 오디션을 통해 2천대 1의 관문을 통과했다. 3차 오디션까지 봤다. "2차 오디션 때 구마의식 일부분을 연기했는데 대본에 사자 소리, 개 짖는 소리,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궁금했고 호기심을 자극했죠. 3차 때는 외국어 파일을 보내주셔서 그걸 연습했어요. '합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제야 삭발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 '이 역할을 진짜 내가 할 수 있을까?' 등 고민이 됐지만 '또 언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며 마음을 다잡았죠. 아주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악령에 씐 소녀이기에 모습이 기괴하고 두렵다. 당연히 외모를 포기해야 했다. 선배 김윤석은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을 언급하며 "부모님에게 이 영화 보여주지 말라"고 했을 정도란다. 박소담은 "부모님이 나중에 영화로 보면 놀라실까 봐 촬영 현장 사진을 보내드리곤 했다"며 "그런데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우리 딸'이라고 하시더라. '응? 평상시엔 안 그러잖아'라고 물어봤다"고 웃었다. 분명 유명 여배우가 될 텐데 훗날 '검은 사제들' 영상이 자료 화면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이런 모습도 있고, 아주아주 멀쩡하게 나오는 작품에 출연해 상쇄하면 그뿐"이라고 또 웃었다. "관객들이 '검은 사제들' 모습만 보고 '쟤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이 영화에서 이상하게 보이는 건 연기니까 상관없어요. 하하."
여심을 녹이는 강동원과의 호흡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소담은 "중학생 때 영화 '늑대의 유혹'을 봤는데 제 친구들의 마음을 빼앗아간 사람이 강동원 선배"라며 "당시에는 연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존재였다. 그런데 함께 영화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게 굉장히 신기했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강동원 선배는 단순히 스타가 아니라 연기에 대한 열정과 배우 마인드가 멋지더라.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 보고 외모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역시 멋진 분이란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소담은 전형적인 미인형은 아니라고 하자 본인도 안다고 했다. 콤플렉스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 "처음에는 제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18세 때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무대에 서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거거든요. TV 카메라 앞에는 눈 크고 예쁜 얼굴의 여자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원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앞에 서기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했는데 저를 보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교정기도 끼고 있었는데 좋아하셨죠. 임오정 감독님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첫 단편이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쟝센단편영화제에도 출품됐고, '전형적인 미인만이 아니라 소담 씨 같은 얼굴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역할로 만나자' 등 좋은 말씀들을 해줘서 그 이후에 용기 내 계속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 현실 속 얼굴은 영화 속과는 확연히 다르다. 앳되다. 박소담은 "이제까지 참여한 모든 작품 중 한두 개만 빼고 다 고등학생 역할이었다"며 "동기들이 힐 신고 예쁘게 나오는 걸 보고 부러워한 적도 있다. 지금 내 나이에 맞는 다른 역할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연기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다. 드라마 '처음이라서'에서 풋풋한 스무 살 연기를 해봤는데 좀 더 내공을 쌓아 깊이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제대로 주목받았기에 "다음 작품 출연이 부담된다"고도 솔직히 털어놨다. "누군가에게는 기대감도 높아졌을 것이고, 또 보여드려야 하는 모습도 있을 거예요. 전 부담을 갖고 임해야 더 책임감 있게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윤석 선배님도 제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제게 잘 맞는 작품을 만나라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좋은 말씀을 계속 해주셨어요. 감사했죠. 열심히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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