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시-언제나 겨울은 난폭하게 온다

# 언제나 겨울은 난폭하게 온다

어둠이 무겁지 않게 내리는 밤에는

모난 바람이

신경질을 부리며

철창을 두드립니다.

스르렁, 스르렁

무정으로 무장한 쇳덩이가

춥기라도 한 듯

요염한 비명을 뱉습니다

여린 토끼는

못내 귀 막고 입도 막았습니다.

그리곤 애써 눈을 감고

망각의 숲으로 떠나갑니다.

차가운 촉수가 막은 귀를 비집고는

기어이 토끼의 눈꺼풀을

뒤집고야 말았습니다.

스르렁, 스르렁

달근한 환몽을

못되게 깨우는 소갈머리가

늙은 여우의 울음과도 닮았습니다.

토끼는 알고 있습니다

망각이 아니면

이 철창을 떠날 수 없음을

애써 그 숲으로

떠나가지 못하면 내일도 없음을

토끼는 모질게도 알고 있었습니다

스르렁, 스르렁

못됨으로 얼룩진

늙은 여우의 울음이

여린 토끼의 망각을 붙잡은 밤에는

언제나 난폭하게 버려진

겨울이 달려듭니다.

이윤석(구미시 옥계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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