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비 내리는 오늘도 난 행복해서 웃고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있다. 행복한 시기인 11월은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불을 가까이하는 등 화기 취급이 늘어나면서 화재 발생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불조심만 해야 할까?
물론 이 시기에 불조심이 중요하지만, 심장마비 환자 역시 많이 발생한다. 미국 심장학회보에 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떨어지면 심장마비 확률이 13%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심장마비는 오후 6시~오전 6시에 집중됐으며, 특히 아침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심장마비가 빈발하는 이유는 찬 기온으로 말초 혈관이 수축, 피를 뿜어내는 심장의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소방본부의 구급통계를 보면 2014년도 2, 3월에 심장마비 환자는 300여 명이었으나, 일교차가 큰 계절인 11, 12월에는 500여 명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는 매년 비슷하다.
그러면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근 200m 이내에 자동심장전기충격기(AED)가 있다면 이것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사람이 있을 때는 한 사람은 AED를 가져오고 한 사람은 가슴 압박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AED는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으로 심정지가 되어 있는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어서 심장의 정상 리듬을 가져오게 해주는 의료기계로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AED를 비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여객 항공기와 공항, 철도 객차, 20t 이상의 선박,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제세동기의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각 구·군 보건소 예방의학과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해 놓았다. 그러나 사용법은 물론 설치한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며, 사용 실적을 논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실정이다. 달성소방서를 비롯한 각 소방서, 시민테마파크에서는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소·심 교육(소화기, 소화전, 심폐소생술)을 통해 AED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 등을 교육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약 16%, 일본은 18%이나,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14, 15명이 발생하며 소생률은 5% 미만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우리로서는 좀 더 심폐소생이나 AED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야겠다. 사실상 AED는 무게도 가벼울 뿐 아니라 사용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우선 환자를 발견하면 의식 확인을 가장 먼저 하고, 의식이 없다면 119에 신고 후 인근에 있는 AED를 가져와 전원을 켜고 설명서에 따라 두 장의 패드를 환자 가슴에 부착하고 연결 커넥터를 본체에 꽂으면 자동으로 우리를 심폐소생술로 안내할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뇌에 산소가 포함된 피를 보내주는 역할을 하지만, AED는 멈춰진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으로 심장이 뛴다면 땀 흘려가며 힘들게 가슴 압박을 할 필요가 없다. AED와 심폐소생술은 여러분이 조금 잘못 시행하더라도 안 한 것보다 백배 낫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요즈음 여러분 주위에 설치되어 있는 AED를 확인하고 위치를 눈여겨 보자. 길거리 AED도 적극 활용하자. 아울러 여러분 가정에 소화기 한(1)개, 경보기 한(1)개가 생명을 구(9)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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