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0일 인터넷엔 끔찍한 동영상이 떴다. IS 대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는 4분짜리 동영상이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칼을 들고 목이 잘린 피해자 옆에 서 있는 자체가 충격이었다. 이 남자는 이후 영국인 데이빗 헤인즈, 일본인 고토 겐지 등 또 다른 참수 현장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물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미국과 영국은 얼굴 없는 남자를 끝까지 추적했다. 그리고 범인이 영국인 무함마드 엠와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에겐 '이슬람 성전(지하드)에 나선 영국인'이란 의미에서 '지하디 존'이란 별칭이 붙었다. 주변인들이 기억하는 영국인 무함마드는 '예의 바르고 착실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예의 바르던 청년은 복면 뒤에 숨는 순간 비겁한 사이코패스가 됐다.
복면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얼굴을 가리고 신분을 감춘 채 하고픈 일이란 것이 대부분 불법이거나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다.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다면 굳이 복면의 그늘 뒤에 숨을 이유가 없다.
시위를 하는 이유 역시 공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하여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시위의 정당성은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복면 뒤에 숨은 시위라면 불법에의 유혹만 키우고, 책임은 지기 싫은 비겁함을 드러낸다.
집회나 시위에서 복면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독일이 선두 주자다. 집회에서 복면을 쓰는 사람들을 형사처벌하는 법을 만든 것은 1985년이다. 프랑스는 2009년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하면서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총리령을 발표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1천500유로(187만원)를 벌금으로 물리고 두 번째 위반하면 두 배를 물린다.
우리나라도 한때 복면 시위 금지 선진국이 될 뻔했다. 복면 시위를 금지하자는 논의를 시작한 것이 2003년 노무현정부 때다. 노 전 대통령은 '불법 폭력 시위의 주체와는 진행 중이던 협상도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경찰은 복면 시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17·18대 국회 때는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세 차례나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폐기됐다. '시위대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리가 팽배했다. 입법 선진국이 될 기회를 몇 번이나 놓친 셈이다. 이제라도 '얼굴 없는 시위'를 막을 입법이 이뤄질까. 일 안 하고 제 잇속만 챙긴 19대 국회에선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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