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은 항상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보다 항상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박희준(59) ㈜씨에이팜 대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얻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격언을 몸으로 실천해온 CEO다.
제약회사 수습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창의적인 시도와 도전을 거듭하면서 7년 만에 제약회사 회장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샐러리맨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실패도 수차례 경험했다. 부동산 활황기에 더 큰 시장을 겨냥해 건축자재업에 손을 댔다 큰 성공과 함께 곧바로 추락했다. 다시 도전. 창업 아이디어를 제품개발로 연결하는 데 309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박 대표는 제약회사 재직 때부터 산부인과 등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절감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고 보고 민간 차원의 출산장려운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 한국출산장려연구소로 시작한 운동은 2010년 한국출산장려협회 출범과 함께 범국민적 운동과 사업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가 담담하게 전하는 삶의 이력과 사업 성공 및 실패담을 들어봤다.
◆동종업계 최고의 세일즈맨
박 대표는 대학 졸업 뒤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 면접을 봤다. 거의 포기할 심정으로 할 말이라도 좀 하자고 마음을 비웠다. 면접관이 술을 잘하느냐고 물었다.
"막걸리는 배불러서, 소주는 취해서, 양주는 돈이 없어 못 마십니다."
32명이 입사한 1982년, 박 대표는 수습사원 대표를 맡았다. 그는 ▷7년 안에 '톱 세일즈맨'이 된 뒤 퇴사 ▷짬나는 시간을 이용해 석사학위 취득 ▷영어'일어 학습 뒤 해외영업 진출 등 3가지 목표를 세웠다.
전체 직원 중 가장 먼저 출근했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병'의원 문턱이 닳을 정도로 다녔고, 근접하기 어려운 병원장이나 이사장이 문전박대하더라도 찾고 또 찾았다. 거래처 원장이 바둑을 좋아하면 바둑을, 고스톱을 즐기면 함께 했다. 고객을 가족처럼 대하니, 자신도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았다.
대구에서 근무한 지 3년 만에 동료 중 최고의 성과를 낸 뒤 서울 서초동 본사로 옮겼다. 지독할 정도의 성실함과 끈기, 도전 정신은 서울에서도 통했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결과 1년여 만에 본사 회장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정도가 됐다.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재도전
제약회사 입사 만 7년 만에 당초 계획대로 사표를 던졌다. 1988년 주택 200만 호 건설 붐에 편승해 경남 양산에서 건축자재 사업을 벌였다. 건축'건설자재가 품귀현상이 빚어질 때였다. 시멘트 등은 아예 중국에서 들여올 정도였다. 바닷모래를 씻어 레미콘업체에 납품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연간 매출이 60억원에 달했다.
박 대표는 "말 그대로 갈퀴로 돈을 끌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자재대금에 대한 현금결제가 3개월 어음에서 6개월, 10개월로 늦춰졌다. 1992년 초 급기야 53억원의 부도를 맞았다. 집까지 넘기며 부채를 정리하고 남은 돈은 고작 500만원. 이후 건축회사 상무 등으로 일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는 "처음에 송충이가 갈대 잎을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결국 설사를 했다"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를 그만둔 지 10년 만에 다른 제약회사 부장으로 다시 둥지를 틀었다. 부장으로 직원들을 관리하면서 직접 영업을 뛰었다. 대학병원 직원부터 원장까지 두루 설득했다. 야간 방문도 일쑤였다. 연간 매출액의 10~20%까지 장학금으로 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약품 입점이 어려운 한 대학병원의 경우 재단이사장을 직접 공략했다. 3차례 문전박대를 당한 뒤 4번 만에야 면담, "이 병원 담당 부장인데, 친구 집에 가더라도 가장 큰 어른한테 먼저 인사를 하지 않느냐. 이사장님이 낸 귀한 책도 많이 읽었는데, 덕담을 한번 해달라"고 했다.
이 신생회사는 박 대표가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올랐다. 하루는 회사 회장이 박 대표를 불러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한 뒤 보너스로 3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돈 대신 자신의 부서 직원들이 품위 활동비를 올리면 무조건 결재해줄 것을 약속받고 방을 나왔다. 2년 6개월 만에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그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309번의 눈물
두 번째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고객이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러 간 박 대표는 진료실 앞에서 우연히 새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산모 2명이 대화 도중 "애를 더 낳고 싶은데, 출산 전 배가 늘어나면서 하얗게 트고 갈라지는 바람에 더 낳지를 못하겠다"고 했다.
배가 트지 않거나 튼살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약품이나 화장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는 의사들은 산모의 배가 트는 원인을 유전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엄마의 배가 트더라도 자식은 트지 않는 경우와 그 반대의 사례도 있었다.
튼살의 원인을 알아야 여기에 맞는 약품이나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제품개발 구상에 골몰할 즈음 이전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건강기능식품회사를 운영하는 선배가 그를 전무로 불렀다. 여기서 '튼살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배 회사의 건강기능식품 판매와 자신의 제품 개발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튼살의 원인을 규명해냈다. 하지만 제품개발은 실패를 거듭했다. 309번의 실패 후 임산부용 튼살 크림 '프라젠트라'를 개발했다. 감격도 잠시. 선배에게 이 제품의 판매를 제안했지만, '마케팅이 어렵고, 수익률이 낮을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3무(無)에서 3유(有)로
국내 최초로 튼살 크림을 개발했지만,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마케팅이 문제였다. 자금도, 사무실도, 직원도, 고객도 없었다.
사업설명회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사업 가능성을 설득해 투자유치를 받아내야 했다.
선배에게 사무실을 무료로 빌려 설명회를 한 뒤 다음날 모 대학에서 열리는 산부인과학회 회의장 앞에 부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전 제약회사 동료를 비롯해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제품 홍보를 위해 부스 참가비 200만원과 숙박'교통 등을 위해 총 300만원이 필요한데, 관심 있는 분들은 30만원을 내고 사업설명회에 참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구, 부산, 양산을 비롯해 10명이 돈을 내고 서울에 왔다.
설명회가 끝난 뒤 한 후배는 "제품은 괜찮은 것 같은데 사무실, 자본, 시장 등 3무(武) CEO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사업설명회, 학회 홍보 등을 끝낸 다음 날 고속버스터미널에 모인 투자예정자들은 박 대표의 열정과 이력을 알고 난 뒤 '3유(有) CEO'로 불렀다. 제약회사 재직 시절 '부지런함'과 '신용'이 최고였고,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면 '하는 사람'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박 대표는 이들 10명으로부터 300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모두 5천800만원의 투자를 유치, 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실을 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병원과 약국에 제품을 비치했다. 심지어 한 육아잡지에는 6개월 뒤 돈을 벌어서 매월 갚아나가겠다며 이례적으로 외상 광고까지 했다. 박 대표의 회사는 튼살 크림과 아토피 분야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고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박 대표가 꼽은 제품 마케팅 3가지 비결
①쌍방향 소통 ②365일 무휴 ③빠른 배송
박 대표는 제품의 효능과 함께 차별화된 마케팅을 사업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튼살크림 제품 등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의 장점을 서로 융'복합했다. 특히 ▷고객과의 쌍방향 소통 ▷365일 무휴 서비스 ▷가장 빠른 배송 시스템 등 3가지는 고객만족 마케팅의 비결이다.
그는 "홈피 개설 얼마 뒤 고객이 새벽에 게시판에 제품에 대해 문의하는 글을 올렸는데, 곧바로 정성을 담아 답글을 올렸다"며 "다음날 아침 홈페이지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글과 함께 엄청난 댓글과 클릭 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후 홈피를 통한 즉각적인 쌍방향 소통에 상당한 정성을 쏟고 있다.
또 전화기 착신전환을 통해 토'일요일 및 공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365일 무휴 서비스를 통해 주문과 상담을 받아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도 자랑거리다.
그는 "사업 초기 오후 3시에 택배회사가 제품을 받아가는 바람에 3시 이후 주문은 항상 이틀 뒤 배달이 됐다"며 "택배사 가운데 가장 늦은 매일 오후 7시까지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7시 이전까지만 주문하면 무조건 다음날 고객들에게 전달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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