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경북의 글로컬 문화역량 강화

경북대 교수·글로컬문화콘텐츠 창의인재양성사업단장
경북대 교수·글로컬문화콘텐츠 창의인재양성사업단장

지난 8월 21일부터 59일간 개최된 '실크로드 경주 2015'는 대구경북 지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한편, 세계의 문화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성황리에 끝난 본 행사는 단순히 문화 교류의 장을 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시안(西安)이 아닌 대구경북이 실크로드의 출발점임을 알리고 그러한 역사적 순간을 현재에 다시 재현하려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실크로드 경주 2015'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며 막을 내렸지만 그 취지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대구경북 지역이 실크로드 시작점으로 거듭날 만한 문화적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화적 역량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리 대규모 행사를 많이 치른다 하더라도 그 지역과 동떨어진 단발성 성격의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역량 확대의 토대가 되는 부분이 곧 인재양성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문화 부문에서 활동할 만한 역량과 관심을 갖춘 인재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은 결국 지역과 지역, 세계와 지역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기초가 되는 작업이다. 실제 지역 문화 산업에서도 글로컬 개념이 중요시되면서 이와 관련된 인적 인프라의 양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문화 산업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러 제도적 구축 및 지원과 함께 대학과 산업 현장이 연계되는 형태의 교육 체계를 구성하는 작업이 지역에서 선행되어야 한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능력이 요구되는 문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학은 학과 내 교수들만이 가르치는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산업에서 요구하는 소양과 유리된 학습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문화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나 학과도 지역에 드물뿐더러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산학 연계 과정 없이 특정 학과의 지원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은 제조업과 다르게 그 트렌드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 배움의 과정 또한 그러한 트렌드에 발맞추려고 노력하는 역동적인 산업 현장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산업 현장의 전문 인력 및 기관과 연계되는 형태의 교육 과정을 구성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특정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대학에서 배출할 수 있을 만큼 그 지원이 내실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문화를 위시로 한 대규모 행사도 빛을 발휘하게 되며, 그 취지 또한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을 수가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글로컬문화콘텐츠 창의인재양성사업단은 경북대학교의 4개 학과(사회학과, 지리학과, 문헌정보학과, 신문방송학과)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2014년 출범하였다. 사업단이 역점을 둔 것은 무엇보다도 '산학협력'이다. 이미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갖춘 기관들과 업무 제휴를 맺어 기관의 전문가들이 강연하거나 학생들이 그 기관에 답사나 인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또는 국제적 문화 현장에 기반을 둔 학습을 받고 직업 선택의 확장을 도모하며, 결과적으로 지역 문화콘텐츠를 이끌어갈 인재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급변하는 대내외적인 환경은 점차 특정 학과의 경계를 넘어선 복합적인 능력과 더불어 산학협력에 기반을 둔 전문적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들의 배출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이 변해야 하며, 그러한 변화에 호응하는 산업계의 변화 또한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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