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 지난 18일, 실내연습장에서 몸을 풀고 있던 포항제철고 야구부 선수는 10여 명뿐이었다. 다른 팀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내년 2월에 졸업하는 3학년생들의 빈자리를 일부 예비 신입생들이 메웠지만 당장에는 제대로 된 경기가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포항제철고는 '미니 선수단'으로도 지난 16일 막을 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23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인원이 함께 이뤄낸 '기적'이었다. 김영직(55) 포항제철고 감독은 "엔트리에는 18명을 올려놓았지만 실제로 뛸 수 있는 선수는 14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포항제철고는 청룡기 준결승에서 성남고에 3대5로 분패했지만, 올해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청룡기 4강 진출은 포철공고 시절인 1983년 이후 32년 만이었다. 앞서 지난 8월 대한야구협회장기에서도 지역 맞수인 경주고를 승부치기 끝에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포항제철고의 강점은 마운드에 있다. '원투 펀치'이자 팀 내 둘뿐인 전업 투수들인 이창율'장문석(이상 2학년)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포항제철고는 청룡기 16강'8강전에서 세광고'경북고에 연속 영봉승을 거뒀다. 우완 정통파 이창율은 세광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고, 우완 사이드암 장문석은 경북고와의 경기에서 5.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내정된 포수 김정호(2학년)의 리드 역시 빼어났다.
그러나 타격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뜩이나 얕은 선수층에서 8명이 졸업하는 탓이다. 이달 2일 부임하자마자 팀을 4강에 올려놓은 김 감독이 리빌딩을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중견수 김성윤, 유격수 한차현 등 테이블세터진은 괜찮은데 클린업 트리오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내년에도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려면 타선이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임 후 첫 대회에서 4강에 올라 부담이 크다"는 김 감독은 1987년부터 1995년까지 MBC'LG에서 활약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LG 2군 감독, 수석코치 등 줄곧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와 고교 사령탑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으나 영남대를 졸업한 덕분에 많은 동문의 조언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경기에 지면 모든 게 감독 잘못이다. 너희는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서라'고 주문한다"며 "학교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갈수록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포항제철고는 같은 포스코교육재단 산하의 포항제철공고가 마이스터고에 지정되면서 야구부를 이관받아 2013년 2월에 창단했다. 포철공고는 최준석'강민호'권혁 등 다수의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으며, 올해는 140㎞대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는 한승지(3년'우완)가 kt의 지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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