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화라국(현 아프가니스탄 서북부)으로부터 서쪽으로 한 달을 가면 파사(波斯'페르시아)에 이른다. 이 나라 왕은 전에 대식국(大寔國'아라비아)을 지배했다…지금 이 나라는 대식국에 병합됐다.'(혜초, '왕오천축국전')
우리와 '알라' 유일신의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과의 인연은 신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승 혜초(704~787년)는 서역순례 뒤 727년 당에 돌아와 인도 불교국 외 이슬람국 기행도 남겼다. 파사와 대식국 이야기다. 7세기부터 세력을 떨친 이슬람제국 아랍을 '대식'(大寔)이라 처음 불렀다.
우리의 첫 무슬림 세계 접촉 기록이다. 무함마드 깐수 전 단국대 교수는 이를 높이 평했다. "혜초는 한국인 최초로 대식에 다녀왔으며 한(漢)문화권의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식 현지견문록을 남기고 페르시아, 대식, 중앙아시아에 관한 귀중한 지식을 소개, 전달함으로써 동서문화교류사에서 개척자적 및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했다."('신라'서역 교류사', 1992년)
무슬림 역시 신라를 'ad-Sila' 'ad-Shila'로 표기해 서방에 알렸다. 술라이만(851년), 이븐 쿠르다지바(885년), 알 마스오디(10세기) 등의 저술을 통해서다. "중국의 맨끝…그곳이 신라국이다…무슬림들이 일단 들어가면 그곳의 훌륭함 때문에 정착하고 만다…."(쿠르다지바) "바다를 따라 중국 다음에는 신라국과…그곳(신라국)에 간 이라크 사람이나 다른 나라 사람은…극히 소수 사람을 빼고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마스오디) 무슬림의 신라 소개는 계속됐다.
신라 이후 교류를 고려가 이어갔다. '대식'(大食)으로 한자 표기만 바꿨다. "대식국(大食國)에서 알라 자 등 100명이 와서 교역품을 바쳤다."(고려사, 1024년) "대식국 상인 보나 함 등이 와서…교역품을 바치니 임금은 유사에게 명하여 객관에서 편히 머물게 했다."(고려사, 1039년) 이처럼 무슬림 세계와의 접촉 교류는 끈끈했다.
이런 인연이 이슬람국가(IS) 테러로 힘든 국면이다. 대구성서공단 근로자의 IS 가입 활동이 드러났고 무슬림을 보는 곱잖은 시선도 있다. 14만5천 명의 국내 무슬림이 '귀의, 순종, 평화'의 '이슬람' 뜻처럼 '타인을 죽이지 않는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며 오랜 옛 인연을 이어가길 빈다. 그것이 바로 '인샬라'(알라신의 뜻대로)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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