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각자의 재능

지난주는 수능평가 시험으로 온 나라가 긴장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모든 언론과 방송이 종일 수험생을 위한 각종 메시지와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온 가족들의 소식을 전할 정도였으니까요. 마치 수능 점수만이 곧 미래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유치원 때부터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정해 놓고 그 대학에 맞춰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1980,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글을 모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가슴에 커다란 손수건을 달고 엄마 손을 잡고 간 동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초등학교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입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부를 잘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공부에 열정이 있어 고학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였고,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지금처럼 대학 입시경쟁으로 내몰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고층아파트나, 편리한 생활 가전제품들이 흔치 않았고, 전 세계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컴퓨터라는 존재도 몰랐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 기차 안에서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0, 30년 사이 우리의 생활은 너무도 편리해졌습니다. 김치냉장고,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기술개발과 발전으로 하루 종일 가사노동에 시달리던 주부들은 이제는 시간이 남아돌 지경입니다. 또, 하루종일 손가락이 아프도록 사업계획서를 만들던 회사원들도 컴퓨터 자판기로 척척 해결합니다. 그뿐입니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이제 곧 무인 자동차가 출시될지도 모른다지요.

저의 청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이렇게 신기한 세상을 만든 세대가 바로 한글을 미리 배우지 않고도 초등학교를 입학한 세대들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눈부신 과학 기술 발전이 꼭 과학자들 때문일까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우선 창의력으로 아이디어를 내야 하겠지요. 그리고 설계와 디자인을 해야 하고, 각각의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어야 하며, 만든 후 실험과 홍보, 그리고 판매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과정만을 나열해도 다양한 일을 하는 곳이 필요합니다. 이곳에는 우리들의 아버지가 계셨고, 어머니와 언니, 오빠들이 곳곳에서 각자의 업무에 충실했던 것이죠. 불과 30, 40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겨우 한글을 배우던 그 아이들이 곳곳에서 각자의 재능과 성실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 사회를 이토록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말입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했는데도 말이죠?

유치원 때부터 입시 준비로 공부하는 지금 세대가 앞으로의 지구 환경을 어디까지 발전시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능시험을 치른 대한민국의 수험생들과 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수험생을 둘 모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말이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대학입시 경쟁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고민으로 허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각자 최선을 다한 결과를 통해 꼭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적성을 잘 찾아 입학을 결정하시기 바라고, 학문에 취미가 없는 아이에게는 각자의 재능을 찾아 주는 것도 현명한 부모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젊은 날 자신이 직접 만든 빵을 판매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50대 중반의 한의사가 수십 년 간의 한의사를 정리하고 빵집을 차려 방송에 소개되었던 일이 새삼 기억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재능을 타고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이 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남이 하는 일은 내가 못하는 경우가 있나니

그 능한 재능이 바로 내게 맡겨진 사명이요 내가 해야 할 책임이며 직분이다.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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