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리운전 맡긴 차주 '범칙금 날벼락' 주의보

대리기사 과속 등 입증 못하면 차주가 벌점 등 고스란히 피해

직장인 황모(55) 씨는 최근 자신의 집으로 날아온 과속단속 범칙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범칙금 고지서에 적힌 날짜, 장소, 시간대엔 분명히 운전대를 잡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뒤늦게 당일 대리운전을 한 사실을 기억해냈고, 대리운전 기사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지만 기사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한 달 넘게 애쓰고 있다. 황 씨는 "날짜, 시간, 장소 등으로 봤을 때 당일 대리운전 기사가 대리운전 중 과속을 한 사실이 분명한데도 해당 기사는 '당일 내가 일을 한 건 맞지만 해당 시간대에 그 차를 운전했다는 증거가 없지 않으냐'며 발뺌하고 있다"며 "너무 화가 나 어떤 방법으로든 사실을 밝혀낼 작정"이라고 말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대리운전 피해를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대리운전 중 기사의 과실로 범칙금이 부과되거나 사고가 났는데도 차주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대리운전 기사의 과실로 과속'신호 위반 범칙금이 부과된 경우 차주는 책임이 없다. 대리업체가 범칙금을 내야 하고 벌점은 대리기사에게 부과된다. 하지만 운전자가 '과거통화내역' '대리를 부른 장소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걸리는 통상 주행 시간' 등을 업체와 경찰에 제시해야 한다. 운전자가 대리업체에도 해당 기사 근무 일지 등을 요구,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설치된 과속단속장비는 운전자를 식별할 만큼 화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차량 소유주에게 범칙금, 벌점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며 "블랙박스, 아파트 CCTV 등 '정황 증거'가 없으면 운전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대리기사가 낸 교통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차주의 보험 한도만큼 배상한 후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업체의 보험으로 피해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가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 초과 금액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차주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차주는 함께 타지 않고 대리운전 회사에 차 이동만 부탁하는 '탁송'의 경우에는 기사의 '탁송보험' 별도 가입 여부를 살펴야 한다. 보험회사가 인정하는 '대리운전'이란 ▷차주와 대리기사가 함께 탔을 때 ▷차주가 차에 타기 전 주차장에서 기사 홀로 차에 타고 기다리고 있을 때 ▷두 명 이상의 차주가 각자의 차에 대리기사를 부르고서 차주들은 모두 한 차에 타고 기사들은 각각 차를 운전했을 때 등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경찰, 소비자보호단체 등은 이 밖에 유흥가에서 개별적으로 차주에게 접근하는 대리기사는 대부분은 업체 소속이 아니고 보험도 들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업체와 차주 간 분쟁이 발생하면 당시 만취한 차주들이 기억을 떠올리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옆자리에 앉아서 대리기사가 교통 법규를 위반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주의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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