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군부 통치 시대를 마감하고 문민시대를 열었다. 그 업적은 우리 역사에서 꺼지지 않는 불로 영원히 타오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현대사는 김영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김영삼 이전은 민주와 반민주의 투쟁이었다면 김영삼 이후는 민주주의 완성을 향한 도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틀을 김 전 대통령이 놓은 것이다.
그의 공로는 민주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 군내 정치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해 군의 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군의 정치세력화 잠재력이 여전히 컸던 것이 당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공직 부패의 척결을 위해 공직자 재산 공개를 법제화했다. 이와 병행해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 검은돈의 흐름을 차단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주요 제도와 관행의 상당수가 그의 손으로 틀을 갖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출발점은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이었다. 당시에는 민주 투사의 이력에 어울리지 않는 야합이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결국은 호랑이를 잡았다. 수단은 옳지 않아 보였지만 결과로 수단의 오점을 씻은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서두른 결과 단군 이래 최대의 국난(國難)이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부른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이런 공(功)과 과(過)의 발전적 계승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정치는 편을 갈라 싸우는 데 여념이 없다. 모두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 '반민주' '사이비 민주'라고 헐뜯는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나만 옳다는 아집이 횡행한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폭력 시위도 난무한다. 성장 동력이 꺼지면서 경제 침체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고, 소득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 사회는 총체적 무기력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은 지금이 김 전 대통령 집권 때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자아낸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차분히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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