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중구 근대골목은 대구 관광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근대골목은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진골목 등 근대 역사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는 등 유명세를 타면서 이곳에 대해 잘 모르던 지역 젊은 층이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근대골목은 학생들에게 '교실 밖의 교실'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곳을 찾아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근대골목을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봤다.
◆고교생들, 근대골목을 연구하다
21일 중구청 14, 15층에 자리한 대구시공무원연수원에서 '2015 도심 골목 및 역사문화 탐방 주제 탐구 한마당 발표회'가 열렸다. 이는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가 대구시, 중구청,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행사다.
발표회의 바탕이 된 것은 '도심 골목 및 역사문화 탐방 주제 탐구 한마당' 프로그램. 대구 도심 골목을 큰 주제로 잡은 뒤 다양한 분야의 소주제를 연구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고교생들에게 진로를 탐색하고 장래 희망하는 전공을 미리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애향심을 길러주려고 기획한 것이다.
고교생들은 7월 팀별로 멘토 해설사를 배정받고 10월까지 근대골목을 중심으로 한 대구 도심의 역사, 예술, 건축, 경제, 산업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했다. 이번 발표회 중 연구 보고서 부문에 16개 고교 47개 팀, UCC 부문에 4개 고교 6개 팀 등 총 20개 고교 53개 팀이 참가해 결과물을 선보였다.
발표회 결과 역사 부문에서 '대구 근대골목 속 선교사의 영향과 이야기-골목골목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서'를 주제로 발표한 송현여고 팀이 대상을 받았다. 또 '현 골목 투어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보고서를 쓴 대륜고 팀, '중구 근대골목길 역사 바로 알기'를 주제로 발표한 달서고 팀이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문화 부문 경우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대건고 팀이 대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골목 탐방을 통한 내 고장 바로 알기와 우리들의 생각'을 주제로 연구한 영남고 팀, 우수상은 '대구 근대골목의 장소 마케팅 전략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달성고 팀에게 돌아갔다.
UCC 부문 경우 효성여고 팀과 대륜고 팀이 1, 2위를 차지했다.
◆중학생들, 근대골목에서 느끼다
"대구에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곳들이 남아 있다니 신기해요."
20일 오전 근대골목 인근에선 동도중학교 학생 104명이 부지런히 쏘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가 진행하는 '2015 대구 도심 청소년 역사'문화 골목 RPG'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5명 내외로 조를 짠 학생들은 동산 선교사 주택, 계산성당과 제일교회, 이상화 고택,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진골목 등을 돌아보고 사진을 찍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학생들은 그냥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골목문화해설사나 역사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하고 학생들은 설명을 받아 적는 데 그치는 것과 다르기 때문.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RPG'(Role Playing Game'게임 내에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퍼즐을 풀어가는 방식의 게임) 형식이 가미된 것이다.
참가 학생들은 장소별로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미션 활동지'에 기록했다. 가령 3.1만세운동길을 찾았다면 조원들과 만세를 부르는 모습을 사진에 담은 뒤 대구에서 3.1운동이 처음 시작된 날짜와 만세운동이 처음 시작된 장소, 그 장소가 선정된 이유 등을 조사해 적으라는 식이었다. 골목문화해설사 8명이 학생들의 조사 과정을 도왔고, 안전보조요원 8명이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동도중 1학년 김희주 학생은 "사회 수업은 좀 따분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골목마다 이야기가 있고 다양한 미션, 친절한 설명이 이어져 생생하고 재미있었다"며 "우리 선조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골목을 돌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대구의 매력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올 한 해 지난 20일까지 37개교 5천40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남은 일정을 소화할 학교는 3개교 414명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문화사업팀 강경호 팀장은 "학생들의 참여와 기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 골목투어 프로그램에서 좀 더 변화를 줘 운영했다"며 "앞으로도 재미와 교육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들, 근대골목을 거닐다
지난봄부터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까지 근대골목을 찾는 대구 초등학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일신문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구 도심 역사문화 골목 탐방 체험학습'에 학교 단위로 참가해 근대 역사의 자취를 만끽하는 중이다. 골목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계산성당, 경상감영, 악령시, 이상화'서상돈 고택, 3'1만세운동길과 청라언덕, 매일신문사 신문전시관 등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평일을 기준으로 상반기에만 18개교 1천738명의 학생과 교사 182명, 학부모 232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하반기에는 이달 20일까지 19개교 2천482명의 학생이 근대골목을 둘러봤다. 토요일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4월 특수학교(성보학교, 남양학교, 세명학교, 선명학교)를 시작으로 21일 팔달초교까지 50개교 50학급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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