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은 짧고 단순했다. 화려한 수사 대신 간결한 메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정국 고비 때마다 남긴 말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어록으로 그의 정치 인생을 되돌아봤다.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79년 국회의원직 제명 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YS의 정치 철학으로 인용되는 이 문장은 1979년 10월 4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YS가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된 뒤 남긴 말이다. 1979년 10월 신민당 총재였던 그가 '뉴욕 타임스'와 기자회견 중 "박정희 정권 지지를 철회하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국회에 징계동의안이 제출되면서 제명됐다. 의원직 제명 뒤 기자들과 인터뷰에서도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길을 선택할 것이다"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1993년 하나회 척결 추진 중

또 YS는 거친 직설화법으로 정치권에 종종 화두를 던졌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다. 1993년 하나회 척결을 추진하면서 일부에서 반발하자 YS는 이 말 한마디로 군인들에 의한 쿠데타는 불가능하다는 신념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군 개혁 과정에서 "문(文)은 문답게, 무(武)는 무답게, 문과 무가 각기 제자리를 찾도록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3년 서울대 졸업식 치사에서 "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갔으며, 투쟁이 영웅시 되던 시대도 갔다"고 말했으며 1995년 11월 한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선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직접 화법을 구사했다.

◇굶으며 죽는 것은 확실하다-2003년 단식하는 의원에게

그는 유머가 있는 정치인이었다. 2003년 12월 단식 중이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도 23일간 단식을 해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것과 앞서 1993년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이 터졌을 때 "우째 이런 일이…"라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된다.

자식의 문제 앞에서는 그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1997년 차남 현철 씨의 한보사태 이권 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땐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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