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적 드문 임도, 호젓한 산행 즐기던 부부 "악, 멧돼지"

군위서 50대 여성 숨져…고함 질러 자극·뛰어서 도망 금물

지난 21일 오후 1시 40분쯤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용천사 맞은편 야산.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르던 나모(58) 씨와 이모(57'여) 씨 부부가 6부 능선쯤을 지날 때였다. 지병이 있는 나 씨는 건강을 위해 아내와 함께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다. 등산로가 아닌 덕분에 인적이 드물어 호젓하게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점이 이날은 화(禍)가 됐다. 아내보다 20m가량 앞서 걷던 나 씨는 짙은 회색빛 물체가 휙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사납게 생긴 멧돼지였다. 크기를 가늠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멧돼지는 쏜살같이 이 씨 쪽으로 향했다. 놀란 나 씨가 "멧돼지다. 피해라"라고 아내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순간, 이 씨가 있는 방향에서 "아이쿠" 하는 비명이 들렸다.

나 씨가 달려가 보니 멧돼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 씨는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곳곳을 멧돼지에 물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의식은 또렷했지만 상처가 너무 컸다.

나 씨는 즉시 신고를 했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이 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안동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뒤였고, 이튿날인 22일 오전 1시 30분쯤 세상을 떠났다.

군위경찰서 관계자는 "사고가 난 지점은 사람이 거의 찾지 않은 곳이어서 그동안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한 차례도 없었던 곳"이라면서 "요즘 산에 멧돼지가 많은 상황에서 인적이 드문 곳은 오히려 공격받을 수 있는 만큼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수렵 전문가들은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주의를 끄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비명이나 고함을 지르거나 멧돼지를 공격하면 오히려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멧돼지와 마주치면 뒤로 물러서거나 갑자기 뛰지 말고 멧돼지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멧돼지가 사라진 후에 자리를 옮겨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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