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달성 스토리로드] ⑩연재를 마치며

살아난 대견사…수호신 팽나무…대박난 유람선…피아노의 기적

폐사지 중창 1호 비슬산 대견사
'동방오현'(東方五賢)으로 꼽히는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하는 도동서원에서 전국 최초로 '사액봉헌'(賜額奉獻)을 재현하는 모습. 달성군은 이 행사를 통해 조선시대 서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원했다. 달성군 제공
사문진 주막촌의 500살 팽나무
폐사지 중창 1호 비슬산 대견사
낙동강을 누비는 유람선 달성호.
사문진 주막촌의 500살 팽나무
낙동강을 누비는 유람선 달성호.

'온고지신'(溫故知新). 개청 100년의 역사를 써 내려온 달성군이 이제 옛 조상의 지혜로운 '얼'을 발판으로 새로운 100년 역사를 당당하게 기록하고 있다. '100년 달성 스토리 로드(Road)'는 10회에 걸쳐 달성군 내 9개 읍'면과 95개의 법정리, 250개의 행정리에 살아있는 역사와 설화, 신화, 전설, 민담 등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달성군 어느 곳에나 생동감 넘치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유'무형의 자산은 지역 발전의 초석이자 문화융성의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미래 100년의 '대변혁'을 꿈꾸는 달성군의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폐사지 중창 제1호로 기록된 비슬산 대견사

지난 2010년 당선된 김문오 달성군수는 취임 직후 "폐사된 대견사를 복원, 중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견사 중창은 관선 시절부터 부임한 군수마다 거의 한 번씩은 시도해본 사업이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사정은 민선 군수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달성을 거쳐 간 군수들이 대견사 중창에 실패한 가장 큰 걸림돌은 '문화재보호법'이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의 원칙을 '원형 유지'에 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대견사지 삼층석탑(대구시 유형문화재 제42호)과 비슬산 암괴류(천연기념물 제435호)의 훼손 우려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한 김 군수는 2010년 11월 문화재보호법이 아닌 '건축법'으로 대견사 중창을 시도했다.

달성군은 "대견사터의 삼층석탑 등 문화재에 손을 대지 않고 원형대로 보존하는 대신에 사라진 옛 사찰 건물을 다시 짓겠다"는 명분으로 문화재청을 설득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가장 난제였던 국가지정문화재와 대구시 지정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가 한 달여 만에 났다. 달성군은 고건축전문가를 중심으로 대학의 건축학과 교수와 지역 유지, 군의원 등 15명으로 구성된 '대견사 중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 제9교구 본사 팔공총림 동화사가 대견사 중창불사 제안서를 달성군에 제출했고, 수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동화사가 사업 주체로 나섰다. 대견사는 사업 추진 3년 6개월 만에 50억원의 예산으로 대웅전과 선당, 종무소, 산신각 등 가람 형태를 갖춰 지난해 3월 1일 역사적인 '대견사 중창 개산대재'를 가졌다.

◆200만원에 팔릴 뻔했던 500살 팽나무

달성군은 2013년 11월 낙동강 옛 사문진 나루터 자리에 한옥 형태의 전통 주막 3채를 지어 '사문진 주막촌'을 복원했다. 옛 전통을 살린 주막촌의 복원은 예천군 삼강주막촌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이곳 주막촌에는 평일 1천여 명, 주말에는 5천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사문진 주막촌이 달성군의 주요 관광 수익원으로 등장하는 데는 주막촌의 중심인 500년 수령의 팽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사문진에 있던 모든 건축물 및 구조물과 강변의 대형 수목들도 모두 제거됐다. 사문진의 수호신으로 500년을 지켜온 팽나무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당시 팽나무의 소유권은 인근 식당 주인 박모 씨가 갖고 있었다. 한 조경업자는 박 씨를 만나 "팽나무를 골프장에 조경수로 심을 테니 팔라"고 제안했다. 박 씨는 200만원에 나무를 팔기로 하고, 우선 계약금 100만원을 받았다.

뒤늦게 사문진 나루터의 팽나무가 팔리게 됐다는 소문을 들은 김문오 군수는 진위를 파악하고, '팽나무 지키기 작전'에 나섰다. 우선 조경업자를 설득하는 게 급선무였다. 관련부서 직원들은 오랜 설득 끝에 조경업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조경업자는 자신의 사업도 좋지만 달성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달성군으로부터 200만원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물러섰다. 헐값에 팔릴 뻔했던 500살 팽나무는 이제 사문진 주막촌의 명물이 됐다.

◆사문진에 유람선을 띄워라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는 주막촌에 이어 유람선까지 '대박'이 터졌다. 달성군이 사문진에 주막촌을 조성한 이후 1년여 만에 첫 취항한 유람선 사업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새로운 관광산업의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사문진 주막촌을 찾은 손님들이 전이나 막걸리, 국수를 시켜먹고 잠시 강가에 머물다 자리를 뜨는 손님이 태반이었다. 달성군은 이 손님들을 좀 더 머무르게 하면서 주막촌과 연계한 수입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유일한 방안은 낙동강을 활용하고 사문진 나루터가 지닌 역사성에 옷을 입히는 '유람선 사업'이었다. 달성군은 수없이 많은 대책회의 끝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신형 유람선 도입은 채산성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소형 유람선을 대안으로 찾았다. 전국을 뒤진 끝에 2억원대에 선령 5년, 72인승, 길이 24m, 무게 24t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다도해를 관광하던 유람선을 도입했다.

유람선 '달성호'는 사문진~달성습지~강정보~옥포신당마을~사문진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운항하면서 1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달성군은 지난 8월부터 낙동강 사문진에 '쾌속선'도 취항했다. 26인승, 최고속도 38노트(70㎞/h)인 쾌속선은 사문진 나루터∼강정고령보 디아크∼옥포면 간경리 9㎞ 구간을 운항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100대 피아노 콘서트

사문진은 대한민국 피아노의 '효시'이자 '고향'이다. 100여 년 전, 미국인 선교사 리처드 헨리 사이드보텀이 아내 에피의 피아노를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여온 게 시초다. 달성군은 사문진의 피아노에 스토리를 입히고 콘텐츠화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와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 등이 그것이다. 피아노는 사문진 주막촌, 유람선과 함께 '대박 이벤트'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달성군은 지난달에도 '바이올린의 여제(女帝), 한국 클래식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정경화를 초청, '제4회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가졌다.

100대의 피아노를 콘서트에 동원하는 이 행사는 해가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처음부터 피아노 100대가 무대에 올려진 것은 아니었다. 제1회 콘서트가 열린 2012년에는 99대로 시작했다. 지난해 달성군 개청 100년을 기념해 상징적으로 100대의 피아노로 맞추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100대 피아노 콘서트'로 굳어졌고, 매년 가을 연례행사로 진행된다.

피아노 100대가 동시에 화음을 맞추는 건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100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집음기(集音機)를 통해 지휘자가 보내는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혼연일체'를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한다.

100명의 연주자는 행사 두 달 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연주자들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기업체 직원, 주부 등 각양각색이다. 오디션 과정도 치열하다. 합격한 연주자들은 큰 영광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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