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시위 중이던 농민 한 명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가슴을 맞아 뇌수술을 하고 중태에 빠져 있다. 몇 년 전 광우병 집회 때에도 많은 시민이 시위 도중 부상을 당하곤 했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은 시위 때마다 이런 악순환을 계속할 것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찰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시위 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잘못 얘기하면 많은 사람의 원성을 듣기도 한다. 대다수 지식인이 외면하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그동안 한국의 시위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던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본인은 1980년대 학생회 활동과 그동안 줄곧 시민단체 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시위 문화에 대해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자 하는 마음에서 얘기를 꺼내려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 수준은 많이 높아져 있는데 시위 문화는 30년 전 그대로다. 순수하게 시작된 시위도 시간이 지나면 폭력으로 변질된다. 쇠파이프와 각목도 여전히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누구나 국가 정책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FTA, 의료민영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과 다르면 반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위 도중 정권 퇴진 운운하는 것은 성숙한 선진 국가에서는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 표로써 심판을 하면 된다. 당장 내년에도 총선이 있다. 국가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을 하면 된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시위에 의해 퇴진하라고 하면, 반대로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또 정권 퇴진 운동이 반복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성난 민중들이 나서고 10만 명 이상이 목소리를 내어도 국민들은 왜 야당을 외면하는가? 대다수의 국민이 이런 방식의 시위나 집회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시위 문화 정착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제21조에 의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와 시위는 언론이나 주최 측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진다. 그래서 가급적 폴리스라인 안에서 집회를 하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와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하는 시위가 폴리스라인 안 집회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온다고 요구 조건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폴리스라인 안에서 대부분 시위나 집회를 하고 해산을 한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오면 총기 사용도 가능하고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는다. 경찰도 철저하게 집회나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더불어서 어떤 형태로든지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것은 국민이 용서를 해서도 안 된다. 폭력과 테러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민의 손으로 민주화를 이루었고 현재까지 와 있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항상 국민의 생각이 옳은 것이다.
본인은 경찰학 전공자이며 관련학회 회장을 역임한 학자로서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념 문제를 떠나서 이제는 시위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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