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말리와 코라

최근 프랑스 파리에 이어 아프리카 말리에서도 테러가 일어나 21명이 사망했다. 테러가 발생하자 말리의 알 카에다 연계조직인 알 무라비툰은 자신들이 한 짓이라고 주장했지만, 22일에는 아프리카의 신생 테러조직 매시나 해방전선도 자신들이 벌였다고 주장했다. 마치 조직폭력배가 누가 더 죄를 많이 지었나를 자랑하기 위해 전과 몇 범인지를 두고 싸우는 꼬락서니다. 하지만, 테러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1천700만 명의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이 1천500달러 정도인 말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와는 1990년 국교를 맺었다. 한 번씩 국가대표 간 축구 경기가 있었고, 약 30명의 교민이 있다고는 하지만 말리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 정도일 뿐이다. 어떤 나라인지 얼마나 먼 곳인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말리에 대한 기억이 한둘 있다. 말리의 수도는 바마코다. 학창 시절 지리 시간 때 나라와 수도 이름을 외우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슷비슷해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말리의 바마코는 하마의 코를 연상할 수 있어 쉽게 기억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민속 음악에 관심을 두면서 알게 된 코라는 말리를 인상깊게 했다.

코라(Kora)는 21개의 줄이 달린 현악기다. 현악기가 다 그렇듯이 유럽에서는 하프나 류트의 일족으로 분류한다. 이 악기는 칼라바쉬(영어로는 롱 멜론이라고 한다)라는 열매를 반 가른 뒤, 가죽을 씌워 공명통을 만들고, 줄을 매달았다. 대개 무릎 위에 얹어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연주한다. 음색은 맑고 여운이 짙다. 기타보다 맑고, 음향이 좀 더 깊게 울린다고 보면 될 듯하다. 전문가들은 코라의 음색이 스페인의 플라멩코 기타나 미국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 기타와 닮았다고 한다.

이 악기의 고향은 기니, 적도 기니, 세네갈, 갬비아 등이 있는 서부 아프리카다. 그 가운데 말리도 있다.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세계 민속 음악이 많이 소개되면서 아블라예 시소코, 발라케 시소코, 토우마니 디아바테와 같은 말리의 코라 명인들을 좋아하는 국내 팬도 꽤 있다.

다른 아프리카 신생국처럼 말리도 오랫동안 군부 쿠데타와 내전을 반복했다. 이런 혼란은 아직 진행 중이며 이번 테러로 더욱 혼란스럽다. 맑고 투명한 코라의 음색처럼 말리가 피 말리는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고운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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