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홍시에 담긴 어머니 사랑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새라. 비가 오면 비 젖을 새라.

험한 세상 넘어질 새라. 사랑땜에 울먹일 새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치고 돌아 않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들 새라. 안 먹어서 약해질 새라.

힘든 세상 뒤처질 새라. 사랑땜에 아파 할 새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보고파진다.

-홍시(나훈아)-

이토록 아름다운 늦가을이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있던 감나무가 떠오른다.

가야산 골짜기 어느 산골 작은 집에서 태어난 나에게 그 감나무에서 열리는 감은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설익은 연녹색의 감은 어머니가 소금물에 삭혀 마당 장독대에 한동안 저장해 두어야 먹을 수 있었고, 붉게 물들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홍시는 아버지가 팔을 뻗어 올리는 그물 막대에 다소곳이 담겨져서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 귀한 감들은 둥지 속의 아기 제비들에게 전해지듯 오롯이 우리 육남매의 입에 순서대로 전해졌다. 정말 행복한 추억이다.

나훈아의 이 노랫말은 홍시처럼 여리고 부드러운 나의 어머니를 더욱 간절히 떠오르게 한다.

고된 세상사를 겪어보지 않은 여인은 순탄한 환경에만 익숙해서 나와는 다른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남에게 모질고 매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진 역경을 이겨낸 여인은 넓고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홀로 세상에 맞서 살아내야 했던 나의 어머니의 지혜와 위대한 사랑은 내 영혼을 살찌우는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여린 소녀 같은 내 어머니는 내년이면 팔순을 맞으신다. 얼마 전 단짝친구의 장례식장을 다녀오시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우시는 어머니를 살포시 안아드렸다.

내가 늘 바빠 끼니를 거른다는 걱정으로 좋아하는 시골반찬을 담은 도시락을 싸오시는 내 어머니를 대할 때면 '자식은 부모의 하루아침 공도 할 수 없다'는 말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 어머니를 한 번이라도 더 안아드리는 것, 그것으로 어머니의 나에 대한 하루아침 공을 갚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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