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는 두말할 나위 없이 '혁신'이었다. 그들의 고민은 기업의 차세대 먹을거리 마련과 그것을 통한 인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맞춰져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유럽 출장(10월 14~23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대구시는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다쏘시스템, 독일 보쉬 엔지니어링과는 스마트시티(Smart city)에 대해, 독일 쿠카(KUKA)사와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협력을 펼치고 있다.
◆ICT 기술을 입은 도시, 스마트시티
프랑스 다쏘시스템은 자동차로 40분가량 달린 파리 남서쪽에 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다쏘시스템 본사는 직원들이 '캠퍼스'로 부를 만큼 아름다웠다. 회사 현관에 붙은 'IF WE'(만약 우리가)라는 표어는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다쏘시스템의 철학을 대변하는 듯했다. 혁신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사업 영역이다. 현재 그 혁신의 관심은 ICT 기술을 총망라한 스마트시티에 맞춰져 있다.
올리비에 사팡 부사장은 "3D 경험(experience) 플랫폼을 도시에 접목함으로써 그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3D 시뮬레이션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시민 생활에 공헌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다쏘시스템이 개발한 '카티아'(CATIA)라는 3D 프로그램은 항공기와 자동차 설계 등에 필수적인 도구다.
스마트시티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ICT 기술을 도시의 교통, 에너지, 안전 같은 각종 인프라에 접목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승용차는 스스로 주차 공간을 검색해 주차하고, 건물 내 냉난방 설비의 효율을 체크해 에너지 절감을 가져온다. 시 전체의 차량 흐름과 에너지 사용 현황을 한눈에 파악해 적절히 대응할 수도 있다.
사팡 부사장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스마트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3D 시뮬레이션은 각종 인프라의 제작 기간과 실수를 줄여준다"고 했다.
다쏘시스템은 자율주행차인 '커넥트카' 개발에서도 성큼 나가 있다. 권 시장은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ICT 기술과 대구의 기존 전통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미래형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했다.
다쏘시스템은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도 응용하고 있었다. 가상현실(VR) 장치를 쓰고 보면 그들이 시뮬레이션한 심장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한 3D로 나타났다.
21일 방문한 독일의 보쉬 엔지니어링은 자동차 주요 부품을 생산'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슈투트가르트 인근 지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전기자동차, 자율형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분야 선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보쉬 역시 스마트시티에 큰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보쉬 관계자는 "스마트시티는 통신, 자동차, 빌딩, 공항, 에너지, 안전 등 흩어진 도시의 각 인프라를 시민이 모두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인구 20만 명의 영국 요크시에서 3년 전부터 스마트시티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에 개발 중인 인구 8천여 명의 한 구역에서는 도시의 정보들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보쉬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프로젝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쉬는 스마트시티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며 "도심 곳곳에 센서와 CCTV 등을 설치해 공공 주차장과 대중교통 이용이 혁신적으로 편해지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제조업의 미래가치, 산업'의료용 로봇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지역의 쿠카(KUKA)사는 산업용 로봇 제조 분야의 글로벌 기업이다. 산업용 로봇과 의료기계용, 항공우주 분야 및 전자기기 생산용 로봇 제조 등이 대표적 사업 분야다.
제조업 도시인 대구로서는 파트너 기업으로 안성맞춤이다. 쿠카는 지난달 대구영업사무소를 연 데 이어 이달 25일부터 열리는 대구국제기계산업대전에도 참석하며 협력 관계를 쌓고 있다.
권 시장은 유럽 투자유치 출장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 쿠카를 방문했다. 쿠카의 프랭크 페트롤리 부사장은 "대구에 사무소를 연 이유는 자동차 분야 강소기업이 많고, 산업용 로봇 수요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대구에서 글로벌 R&D센터 건립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쿠카는 대구에 첨단로봇 제조시설 건립과 우수 인력 양성을 검토하고, 대구시는 제조시설 건립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함께 방문한 삼익THK와도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진영환 삼익THK 회장(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고도의 정밀을 요구하는 6축 다관절 로봇을 조만간 대구기계전시회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쿠카와 함께 대구 제조업체들이 윈-윈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쿠카는 의료용 로봇시설도 선보였다. 대구시장단 일행은 인체와 흡사한 더미와 수술실 등에서 쓰이는 첨단 로봇 의료기기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권 시장은 "대구는 산업용 중에서도 특히 의료용 로봇에 관심이 많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의료전문기업들과 쿠카의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한국사무소 대구에 개설" 권영진 시장 찾아가 당부…전자·전기부품 제조 독일 W.E
권영진 대구시장 일행이 독일에서 방문한 W.E사는 1984년 설립된 전자산업 및 전기부품 제조 전문기업이다. 콘덴서, 인덕터, 변압기, 회로보호 부품, 파워모듈 등 노트북부터 태블릿PC, 마우스 등의 전자기기 회로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7천500여 명의 직원에 연매출이 6억유로(한화 8천억원)에 달한다.
W.E사는 유럽, 중국 등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수도권에 한국사무소를 개소할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W.E사 관계자는 "경기도에 한국사무소를 열 계획이며, 한국 내 제2사무소 개소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권 시장은 "한국에서 제2사무소를 개설하거나 공장 증축 의사가 있으면 대구를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W.E사에서는 독일의 직업교육 시스템도 엿볼 수 있었다. 본사 복도에는 이곳에서 인턴을 밟고 있거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젊은 사원들의 얼굴 사진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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