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스토리 입힌 도미니카 관광산업
옛 학교'병원부터 감옥까지 그대로 보존
현대화로 과거 유산 없애버린 우리 현실
남다른 개성 살릴 때 창조 경제도 이뤄져
최근 끝난 세계 12개국 야구대회를 통해서 야구의 나라로 알려진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은 카리브해 지역의 섬나라 중에서도 대표적인 관광 국가이다. 천혜의 지리적 조건 덕에 생태 관광이나 휴양 관광의 최적지로서 매년 북미와 유럽에서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여기에 라틴인 특유의 정열과 리듬감으로 살아가는 행복 지수 높은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외지인도 덩달아 흥이 돋는다.
얼핏 보면 주민 대부분이 음악과 춤으로 하루하루를 별 생각없이 가볍게 보내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거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그윽하고 깊이 있는 역사의 향취에 이 나라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남한 면적의 반밖에 안되는 이 조그마한 나라의 무엇이 외지인을 끌어당기고 있는가? 바로 유서 깊은 기념물을 잘 보존하고 하찮아 보이는 건축물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덧입힌 매력있는 도시, 다시 가고 싶은 나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요즘 우리가 즐겨 쓰는 '창조 경제'를 관광 분야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한 격이다.
500여 년 전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아메리카는 대륙이 아니라 바로 이 카리브해의 섬 지역이었고, 스페인 사람들이 중남미 식민지 개척의 시발점으로 삼은 지역 중 하나도 바로 이곳이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개발한 관광 명소라는 것을 알고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즉 수도인 산토도밍고 시내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아메리카주 최초의 것'을 관광 상품 브랜드로 만들었다. 학교, 병원, 법원 같은 것은 물론이고 감옥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단장하였다.
북미의 멕시코는 아직도 적지 않은 한국인에게 사막과 선인장 투성이의 건조하고 더운 나라로 비쳐지고 있으나, 상춘의 중남부 고원 지대에는 우리의 하회마을이나 수원성처럼 마을이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20개 가까이 될 정도로 옛것을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다. 중남부 지역에 가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스테카 제국의 도시 이외에 16, 17세기 유럽풍의 마을과 거리가 널려 있다. 심지어 전투 와중에 생긴 탄환의 흔적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채 놓아둔 시내 중심지 건물도 심심치 않게 본다. 중미 과테말라에는 마야족의 후예 언어가 20가지에 달하고, 큰 호수를 가운데 두고 주변의 마을마다 다른 언어와 민속 의상을 고수하고 있는 여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는 바다처럼 생긴 삼각주가 있고, 놀이시설과 베니스 같은 뱃놀이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주말 나들이 지역으로 각광받는 띠그레(Tigre)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 가는 방법 중에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흥미롭다. 작고 느린 기차라는 묘미도 있지만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노선상에 있는 10개의 기차역 하나하나가 자기 특색을 잘 보존하고 있어,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짜증 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머물렀다 갔으면 할 정도로 역사 자체가 관광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단기간에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세계적 모범국가로 성장하였음을 자랑삼을 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발전을 하겠다고 옛것을 없애가며 현대화를 꾀하고, 선진국을 따라잡겠다고 남의 것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을 미덕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50년도 안 된 건물까지 다 사라지고, 인간미 없는 시내 고층 건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통시장을 현대화한다고 특징없는 건물로 바꾸어 버리는 통에 정감도 이야깃거리도 다 없어졌다. 편리성만 추구한 결과인데 그나마 기대했던 손님 숫자까지 별로인 곳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가? 새로 생긴 KTX도 속도와 정확성의 혁명을 이루었지만 모든 주요 역사가 획일적인 건축 양식으로 일관하여 주요 관광 지원으로 삼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못지않게 오래된 것을 존중해서 사람의 관심을 끌고, 남과 다른 것을 개발해서 개성을 살리는 것이 어우러질 때, 창조적 경제 활동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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