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서 세계는 한 편의 게임과 같습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호모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보다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사람)형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매일신문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의 초청강사로 나섰다. 비평가,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그이지만 이날은 대학 전공을 살려 미학자로서 연단에 올랐다. 강연 제목은 '디지털의 문화: 파타피직스'. 다소 낯선 주제였지만 진 교수는 여러 사례 등을 활용한 친절한 해석으로 수강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프랑스 초현실주의 작가 알프레드 자리가 제안한 개념으로 농담으로서의 과학(혹은 철학)을 뜻한다. 그는 "쉽게 말해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을 전자공학과 양자역학으로 설명할 때 농담인 줄 알면서 진담처럼 설명하고 받아들이는 학문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용 턱 받침대, 손톱 자르는 칼 등 실용성은 없지만 발상은 기발한 발명품 '진도구'(珍道具)도 파타피직스 영역의 하나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는 파타피지컬한 상상력, '파타포'(Pataphor)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상상력은 은유를 뜻하는 메타포(Metaphor)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상상력의 논리는 파타포"라고 강조했다. 파타포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개념이다. 그는 닌텐도 위(Wii)를 파타포의 예로 들었다. "예전엔 탁구 게임을 컴퓨터 화면을 보며 손가락만 이용해서 했다면 닌텐도는 가상이지만 실제 테니스를 하듯 게임을 한다. 이처럼 가짜지만 진짜처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파타포는 놀이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사,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파타포의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게임화'(Gamefication)가 디지털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게임화는 경쟁, 보상 등 게임의 논리를 적용해 쉽고 재미있게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다이어트용 음료 자판기,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오바마의 선거 캠페인(OFA), 국정원에서 만든 간첩 색출 게임(안보신권) 등은 모두 게임화가 적용된 사례다.
그는 끝으로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의 자본주의는 유희자본주의다. 재미를 주는 상상력이 우선이고 기술력은 그다음"이라며 "게임화가 주요 패러다임이 된 디지털 시대엔 잘 놀 줄 아는 호모루덴스형 인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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