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 걸림돌 된 '고용디딤돌'…대기업 내세워 전국 설명회

인턴십은 협력업체서 실시

직업훈련과 취업 기회를 주겠다며 시작된 '고용디딤돌'이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대기업 인턴십처럼 알려진 고용디딤돌이 사실은 대기업이 아닌 협력업체에서 일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고용디딤돌은 정부가 청년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통해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직업교육, 인턴제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나 협력사에 취업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9일에서 12일 사이 삼성과 현대차, SK 등의 대기업 이름을 걸고 고용디딤돌 전국 설명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설명회를 찾은 취준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인턴 과정은 해당 대기업이 아닌 협력업체에서 진행된다는 설명을 뒤늦게 들어서다. 실제 협력업체들의 인력을 구하기 위해 대기업의 간판만 내걸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설명회에 참가했다는 김모(29) 씨는 "대기업에서 2, 3개월 정도 직업훈련을 하고 실제로 인턴십은 협력업체에서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협력업체 중에는 직원이 십수 명밖에 되지 않는 등 부실해 보이는 업체들도 많다.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간판을 빌려 인력을 구하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용디딤돌이 또 다른 스펙이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낙 심각한 취업난에 남보다 조금이라도 특별한 스펙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기업의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참여가 자칫 새로운 스펙 경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취준생 한모(31) 씨는 "취업의 문이 좁다 보니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써넣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취업과 연결이 될지는 몰라도 대기업의 이름을 단 직업훈련이라 스펙으로 원하는 취준생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갈수록 쓸데없이 채워 넣어야 할 스펙만 늘어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협력업체 중 대기업이 보장하는 건실한 업체들이 많은 만큼 취준생들이 직무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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