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1천166조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4일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이 1천166조37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1천131조5천355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 새 34조5천19억원(3.0%)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가 급증함에 따라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 가계부채 억제 대책이 시행된다. 은행권도 세부 가이드라인 제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내년부터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를 소득과 연계한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원금분할상환 방식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갚을 만큼 빌려준다
기존에 담보 위주로 진행하는 금융기관의 대출심사를 소득에 연계한 상환능력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뀐다. 종전에는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갚는 방식의 대출 대신 초기부터 원금을 함께 나눠 갚는 방식(원금분할상환)을 관행으로 정착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주택대출 상환능력을 심사할 때 다른 대출상품 원리금 상환 실태를 고려하도록 해 차주(借主)의 상환부담을 좀 더 입체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차주의 '갚을 능력'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마련하고 있는 세부 실행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모든 주택대출 신청자를 상대로 소득 자료를 확인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산출한다. 현재 DTI 규제는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과 관련해서만 60%가 적용되고 있다. 직접 DTI 규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수도권 대출 신청자도 일단 DTI를 산출해 대출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주택구입자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고부담 대출, 소득 증빙이 불명확한 경우 등은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상으로 삼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신청자라도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신규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는 DTI와 별도로 스트레스 DTI를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TI는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대출시점 이전 3∼5년간 금리를 토대로 향후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한 지표)를 가산해 산출한 DTI다. 은행권은 스트레스 DTI가 80%를 초과하는 대출은 원칙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몇 년간 대출금리 변동 추이를 고려할 때 내년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2%포인트 남짓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까지 대출심사에 반영된다. 은행권은 현재 이런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주택대출 받기 까다로워져
정부 대책 시행으로 은행권 주택대출을 받기가 내년부터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규제에서 벗어난 집단대출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지난 9월 기준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7.3% 수준이고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8.2%(2조3천억원)로 커졌다. 올해 1∼9월 중 집단대출 잔액은 3조4천억원 늘어 증가폭이 2014년 한 해 증가액(3조1천억원)의 3배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대출은 DTI 규제는 물론 은행권 가이드라인의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효과는 크지 않고 생계형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만 제1금융권 밖으로 내몰 가능성을 우려도 나온다.
CEO컨설팅 고건영 팀장은 "최근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금융기관 건전성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경기부양을 통한 소득증대와 저신용자 지원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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