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과학관의 두 돌 잔치가 다가온다. 이쯤에서 과학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대다수에게 어려운 '과학'을, 왜 '문화'로서 우리는 향유하고 즐겨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과학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이웃나라 일본엔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었다. 생산가능인구, 부동산 경기, 경제성장률 그래프 곡선이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을 '인구절벽'이라고 부른다. 소비, 노동, 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식물경제에 허덕이는 어두운 일본의 이면을 우리는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나라도 일본과 꼭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절벽이라는 국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해답은 과학기술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준다. 대체 에너지의 발견, 신종 질병의 치료,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 인류의 오랜 숙제를 풀어줄 열쇠가 바로 과학인 것이다.
과거 강대국들은 석유나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 혹은 농사를 지을 땅이 많은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잘사는 나라다. 스웨덴은 인구가 950만 명에 불과하지만 특허를 통해 얻는 국가 수입이 대단하다. 이스라엘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벤처기업들이 매우 많은 나라다. 이와 같이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을 잘 알고, 생활화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과학 대중화다. 과학 대중화가 이뤄져야 미래 먹거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모두가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과학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일반인들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팹랩'을 제공했다. '팹랩'이란 3D 프린터, 아두이노 PC 등의 장비를 갖춘 개인 공장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과학관에는 이러한 제도를 적용시킨 '무한상상실'이 있다.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는 공간. 즉 제조, 창업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되는 초기 창업 공간이다. 그렇게 개발된 초기 아이디어들은 대학교의 창업보육센터(BIC)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쳐 창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아이디어의 시작과 끝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의 패러다임은 이미 제도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를 보면 결국 과학관은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과학기술인들의 산파 역할을 하는 기관인 셈이다.
19세기 사회학자인 오귀스트 콩트는 '인구 변동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거스를 수 없는 인구절벽의 운명에 도달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다. 또한 무한상상실-BIC-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긍정적인 일거리 창출 패러다임을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만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과학관은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나아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학교 밖에서 창의적인 과학 인재를 길러내야만 한다. 정부는 지속적인 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해 과학 인재 양성의 요람인 과학관에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앙에만 집중돼 있던 과학문화를 우리 지역민들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과학관 혼자서만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이 함께 손잡고 한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영남권 지역민들의 열망인 지역경제 부흥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지혜를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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