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원 176명 노른자 농업기술원, 상주·의성·예천·군위 4파전

도청 산하기관 유치전 점화… 산하기관 분산 경북판 혁신도시

상주시가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이전 후보지로 내세운 상주시 사벌면 덕담리 일대 부지를 시 관계자가 가리키고 있다. 고도현 기자
상주시가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이전 후보지로 내세운 상주시 사벌면 덕담리 일대 부지를 시 관계자가 가리키고 있다. 고도현 기자

경북도청 산하기관들을 둘러싼 도내 시'군들의 유치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애초 내년 2월 경북도청과 함께 안동'예천 신도시로의 이전이 계획된 일부 도청 산하기관들의 입지를 두고 최근 분산 배치 카드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일부 산하기관 경우, 무조건 신도시에 집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며 기관의 목적 달성에 적합한 장소에 배치, 고유 업무의 특성을 살려줘야 한다는 것이 분산 배치 주장을 펴는 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도청이 들어가는 안동'예천은 분산 배치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등 유치를 둘러싸고 향후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하기관 유치 경쟁 치열

경상북도 직속기관 중 현재 도내 시'군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관은 공무원교육원, 농업자원관리원, 가축위생시험소, 종합건설사업소, 경북도립예술단 등이다.

이 중 직원이 43명(계약직 포함)인 공무원교육원이 규모와 함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영양가 있는 유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덕군과 성주군 경우, 공무원교육원 유치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원에는 매년 도내 23개 시'군 직원 1만여 명이 각종 교육을 받기 위해 찾고 있어 주변 상권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까닭이다.

그러나 예천군은 발끈하고 있다. 예천군 관계자는 "도청 이전 신도시가 활성화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모든 산하기관과 유관기관 등이 결집해야 한다"며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욕심을 내서 유치하려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대구 칠곡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농업자원관리원, 가축위생시험소, 종합건설사업소도 도내 시'군이 유치하려는 대상이다. 농업자원관리원(12명'계약직 포함)은 상주시와 영천시, 의성군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상주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을 유치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농업자원관리원이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성과 영천도 각각 농업자원관리원 분장(밭작물)과 포장(논작물)이 지역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본원이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안동'예천 신도시로 이전이 예정된 가축위생시험소(46명)를 두고서는 현재 안동에 위치한 북부지소 유치를 영천 등 일부 시'군이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건설사업소(69명) 경우, 경북도가 본원은 신도시에 두고, 남부사업소를 신설한다는 방침이어서 남부사업소 유치전이 일부 시'군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경북도립예술단(국악단 83명'교향악단 80명)과 관련해선 구미시와 경주시, 고령군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년 전 대전을 떠난 충청남도가 부여에 충남도립국악단을, 천안에 교향악단을 각각 보냈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당 시'군에서 현재까지 공식적인 요청은 없지만, 충남처럼 국악단은 전통이 살아있는 곳에서, 교향악단은 상대적으로 도시권에서 원할 수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른자 기관은 어디에?

시'군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노른자 기관'은 경북도농업기술원이다. 직원 수만 176명에 이르는 데다 유치 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현재 상주시와 의성군, 예천군, 군위군 등이 치열하게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다른 광역자치단체 농업기술원 위치를 보면 충남은 홍성, 전남은 무안, 경기는 화성, 충북은 청원, 전북은 익산, 경남은 진주, 강원은 춘천, 제주는 서귀포에 있다"면서 "귀농'귀촌 전국 1번지인 상주는 생산량 전국 1위와 경북 1위 타이틀을 가진 농산품을 14개나 보유하고 있어 농기원의 적지"라고 강조했다.

의성군 역시 적극적이다. 지난 2008년 도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다 탈락한 것에 대한 배려와 농업기술원과 연계할 수 있는 기관들이 지역에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예천군은 경북도가 도청 신도시가 조성되는 예천 호명면 등지로 경북농기원을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한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2월 도청 이전 후에도 임시로 대구 산격동 청사에 남게 되는 동해안발전본부(62명)는 포항시, 경주시, 영덕군, 울진군 등 동해안권 시'군들이 모셔오기 위한 전쟁에 나서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북도청 이전에 따른 동남권지역 소외론에 따라 동남권에 제2청사 건립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북도는 약속대로 동해안발전추진단을 동해안발전본부로 개편했다. 하지만 이후 조직 개편이나 이전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아 입지를 두고 동해안권 시'군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 3년 차 충남도 산하기관은?

도청을 이전한 지 3년이 지난 충남도 경우 충남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산하기관은 애초 계획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까지 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5개 가운데 내포신도시로 이전을 마쳤거나 추진하고 있는 산하기관은 대전에 있던 충남보건환경연구원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농업기술원(예산군)과 공무원교육원(공주시), 종합건설사업소(예산읍), 가축위생연구소(홍성군) 등 4개 기관은 이전 계획 없이 원래 있던 자리에 머물고 있다.

21개 도 출자'출연기관도 이전이 힘들긴 마찬가지다. 대전에 위치해 도청과 함께 신도시로 떠난 기관은 충남인재육성재단과 충남체육회, 생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등 4곳에 그쳤다. 나머지 16개 기관은 지역 특화산업과 균형 발전 차원에서 건립돼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충남도의 설명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포신도시 조기 활성화 차원에서 대전에 있는 도 산하기관은 이전이 필요하지만, 나머지 충남에 위치한 산하기관은 지역 특화산업과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설립됐기 때문에 대부분 이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경북도 직속기관 및 출자'출연기관도 충남처럼 결국 분산 배치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안동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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