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민주 헌정사 그 자체 "청산에 살았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추도사 낭독…영결식장 '청산에 살리라' 울려

26일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염원이 담겼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낭독했고, 충현교회 장로였던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개신교를 시작으로 종교의식이 거행됐다. 또 고인이 평소에 즐겨 불렀던 곡인 '청산에 살리라'가 영결식장에 울려 퍼졌다.

김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뒤 가장 먼저 빈소로 달려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킨 인물이다. 대구 출신인 김 전 의장은 6선을 지낸 민주계 원로이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회고해 보면 실로 대통령님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 헌정사 그 자체였다. 민의의 전당인 이곳 국회에는 대통령님의 숨결이 도처에 배어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국회를 포기하지 않았던 의회 존중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종교의식은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진행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 개신교 종교의식이 가장 먼저 거행됐다. 그는 1983년 가택연금 상태에서 단식투쟁을 벌일 때도 성경을 읽으며 어려움을 이겨낸 것으로 유명하다.

애창곡으로 알려진 '청산에 살리라'도 국회에 울려 퍼졌다.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와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이 노래를 합창했다. 고 교수가 이탈리아 유학 중 한인교회에서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

국회를 빠져나간 운구차량은 서울 상도동 사저와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에 들러 작별 인사를 했다. 상도동 사저는 1969년부터 지내온 곳으로 서거 소식 이후 인근 주민들은 조기를 걸고 애도를 표해왔다.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는 경찰 추산 1천500명의 추모객이 몰려와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특히 주민들을 위한 기념도서관 건립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소원 중 하나였다. 사저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40년 이웃인 상도동 주민을 위해 준비했던 곳이다. 하지만 그는 걸어서 도서관에 출퇴근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서울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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