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하며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국제가수' 싸이가 활동을 재개했다. 본격적인 신곡 공개에 앞서 지난 24일 오후 11시 네이버 V앱을 통해 '싸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컴백을 알렸다. 이날을 기점으로 싸이의 개인방송은 29일까지 매일 같은 시간에 진행되며 이 시간을 통해 싸이는 대중의 궁금증에 답하고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 싸이는 이번 개인방송을 통해 신곡을 '맛보기' 형식으로 조금씩 들려준 후 12월 1일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본격적으로 공개한다. 이어 2일에는 홍콩에서 열리는 'Mnet 아시아 뮤직어워즈(MAMA)'에 참여하고, 같은 달 24일부터 26일까지 연말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를 개최한다.
◇인터넷 방송 통해 "초심 떠올리며 작업"
이번 개인방송에서 싸이는 유저들의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는가 하면 신곡 홍보 작업까지 겸했다.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뿐 아니라 대국민 간담회 형식을 띠는 것으로,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이나 쇼케이스 등 사전 홍보 작업을 대신할 수 있는 꽤나 트렌디한 방식의 마케팅이라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을 활용하는 만큼 국내 팬뿐 아니라 해외에도 컴백 소식을 알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팬들의 입장에선 아티스트와 온라인 채팅을 하며 직접 대화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 더없이 좋다. 그것도 무려 6일에 걸쳐 진행을 한다니, 사실상 특급 팬서비스인 셈이다.
개인방송 첫날, 싸이는 이번에 발표하는 정규 7집의 네이밍을 '칠집싸이다'로 정했다고 얘기하며 칠성사이다의 이미지를 패러디한 로고 디자인을 선보였다. 키치적(=저속한, 질 낮은 예술품) 감성이 드러나는 작업으로 거침없고 즐거우며 유쾌발랄한 싸이의 성격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동안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히트 이후로 미국을 포함한 해외 공략에 포인트를 맞추다 '정체성'을 잃은 게 아니냐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듯 싸이는 장난기 넘치는 7집 로고를 들고 나와 '초심'을 수차례 강조했다.
또한, 싸이는 7집 앨범의 타이틀곡을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각각 하나씩 따로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팔바지'라는 제목의 곡은 국내 팬들을 위한 타이틀곡이며, '대디'(DADDY)라는 영문 제목의 곡은 해외용이란 설명이다. 국내 팬들을 의식해 "'나팔바지'는 패션춤을 안무로 내세우는 펑크 기반의 흥겨운 노래"라는 설명을 곁들여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최근 음악계의 '대세'로 떠오른 작곡가 겸 가수 자이언티가 피처링에 참여한 곡 '아이 리멤버 유'의 1절을 직접 부르며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곡은 자이언티의 피처링 외에도 타블로가 싸이와 함께 공동 작사를 맡고, '강남스타일'을 만든 유건형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타이틀곡 못지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복고풍 편곡으로 아련함을 자극하는 노래다.
싸이는 "미국병에 걸렸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전혀 예상도 못 해본 큰 사랑을 받아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면서 "'이제 그만 내려놔야 한다' '예전의 싸이로 돌아와라' 등의 댓글도 많이 봤다. 지난번에 쓴 '행오버'는 너무 미국을 지향한 듯해 불편했다는 의견도 들었다. 칭찬 안 받던 사람이 굉장한 칭찬을 듣게 돼 잠시 돌았던 게 맞다"라고 '강남스타일'의 폭발적인 성공 뒤 바뀌어버린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솔직히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구나 비슷할 거라 본다. 만약 내가 데뷔 2, 3년 차 정도에 그런 성공을 거뒀다면 정말로 큰일이 났을 거다. 그나마 가수 생활을 오래 한 편이고 여러 방면으로 교육도 좀 받은 편이라 그나마 그런 일에 최대한 덤덤하려 노력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꽤나 스스로를 다잡으려 노력했는데 그게 쉽진 않았다. 그래서 '강남스타일' 이후 곡 작업도 잘 안 됐다. 신곡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긴 시간 곡을 만들며 느꼈던 감정과 고민들을 팬들과 공유했다.
◇"내 곡 마음에 안 들어? 또 다른 곡 들려주면 돼"
방송을 보면, 싸이도 '강남스타일'처럼 전 세계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난 듯했다. 물론,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느냐만 공개석상에서 "털어버리려 노력한다"는 자신의 결심을 재차 알리면서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호감도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인터넷 방송에서 싸이는 "과거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내 취향의 음악을 했다. 그러다 '강남스타일' 이후 더 폭넓고 다양한 연령층을, 또 더 많은 국가의 팬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변화된 현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면서 "정체성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 내가 가졌던 초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했다. 싸이의 복잡한 감정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동시에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응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나 역시 응원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런 말은 대중가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문화는 주관이고 취향이다.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찬반이 있고 호불호가 있는 게 문화다. 응원을 바란다는 이야기보다 주관에 맞고 취향에 맞는 분들이 좋아해 주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것 같다"고 욕심을 최대한 비워 내려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취향에 맞는 분들이 좋아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만약 지금 들려주는 노래가 마음에 안 들면 내일 방송에서 또 다른 곡을 공개할 테니 관심 있게 들어달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싸이의 출정 소식에 미국도 반응했다. 인터넷 생방송이 나간 다음 날인 3일(한국시간) 미국 빌보드 측에서도 "싸이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 이후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다"고 자사 SNS 등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알렸다. '강남스타일'을 두고 "역대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디오인 데다 발표 당시 빌보드 핫100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이후 발표한 싱글 '젠틀맨'과 스눕독이 함께한 '행오버'도 같은 차트에서 각각 5위와 26위를 기록했다"며 싸이의 히트 퍼레이드를 다시 강조했다.
빌보드에서 전한 것처럼 사실 싸이의 기록은 단순히 우연에 의한 성공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대박'을 기록한 건, 물론 싸이를 비롯한 YG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각국을 돌며 오프라인에서도 관객을 열광케 한 건 그동안 무대를 위주로 쌓아온 싸이의 실력 때문이다. 이어진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의 아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두 곡을 내리 빌보드 5위권 안에 올리는 대기록은 '우연'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싸이 스스로도 비판에 힘들어하고 고민했겠지만 어쨌든 당시의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해 완성시킨 곡이라 그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게 가능했을 터. '행오버'를 두고도 스눕독의 인기에 상당 부분 기댔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전략적 콜라보레이션을 욕할 수만은 없다. 이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싸이가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니까 성과로 인정해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이번 7집이 '강남스타일'처럼 '비현실적'이라 생각될 정도의 큰 성과를 거두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단, 당장 눈에 띄는 성공은 아니더라도 일단의 노력에 대한 인정은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슈퍼스타가 땅 위에 발붙이고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지난날 자신의 허황된 모습을 반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싸이는 어쨌든 그 지독한 싸움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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