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다. 너무나 유명한 보케리아 시장과 컨셉시오 시장을 둘러보고 그들의 활성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220여 개 점포들로 이루어진 보케리아 시장은 바르셀로나 번화가 람블라 거리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시장 입구의 많은 사람들이 건너편 건물 3층 베란다를 보고 있다. 그곳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구경꾼들에게 연신 입맞춤 세례를 퍼붓고 있어 보는 사람 모두가 즐거워한다.
보케리아 시장 안을 둘러보면 그 명성이 말해 주듯이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점포 장식과 상품진열이 잘 되어 있으며, 시장 안내판, 인포메이션센터도 갖춰져 있다. 초콜릿, 젤리, 과일 주스 등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고 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식당들이 붐빈다. 우측 골목 안 모퉁이에서는 색소폰 소리가 들려온다.
바르셀로나 지로나역 근처에 위치한 컨셉시오 시장은 125년이란 긴 역사를 가진 지역밀착형 시장이다. 지상 1층과 지하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 시장에서는 과일, 야채, 생선, 정육, 하몽 등을, 지하에는 대기업의 중형 슈퍼마켓이 들어와 공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기업이 취급품목을 나눔으로써 공생하는 셈이다.
시장 곳곳에 장난감 자동차와 긴 의자가 비치되어 있고 큰 테이프를 거꾸로 매달아 놓은 듯한 물건이 가게마다 달려 있다.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리고 시장에 있다고는 상상도 못한 고객 대기 순번표 기기이다. 즉, 고객들이 줄지어 기다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상인회 회장이 '점포 소유권은 바르셀로나 시 당국이 갖고, 사용권은 개인이 갖는다'고 말한다. 상인이 개인적으로 점포 사용권을 매매하거나 대물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보케리아 시장은 명성이 높고 온갖 먹거리들이 많아 인파가 몰리고 있고, 컨셉시오 시장은 대기업과의 공생 등을 통해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20, 30대 전후의 젊은 상인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의 취급품목 조정, 수준 높은 상품 진열과 장식, 깨끗하고 품격 있는 시장 분위기, 멋진 퍼포먼스와 악기 연주, 그리고 점포 사용권의 매매 허용 등이 그 이유이다. '바르셀로나식 시장 활성화 요인'들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어떤가? 소비자는 "시장에서 살 것이 없고,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고 하고, 상인은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고 불평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불평을 해소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그들 중에서 주요 해결 과제 세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전통시장에 살거리, 먹을거리, 볼거리, 재밋거리가 담겨 있어야 하고 각종 편의시설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는 시장 활성화의 기본적 필수적 요건들이다. 이것들이 충족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시설 현대화 사업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
그리고 전통시장에서도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현재 전국 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은 60세에 가깝다. 상인의 고령화는 젊은이들의 시장 이용을 어렵게 하며, 각종 시장 활성화 사업 효과마저 반감시키고 있다. 상인의 세대교체야말로 최선의 시장 활성화 방안이 될 것이다. 덧붙여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품목 조정을 통해 진정한 상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보케리아 시장이나 컨셉시오 시장과 같은 전통시장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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