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광대고속도로

'달구벌'의 역사는 '대구'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오늘날 대구 일대가 '달구벌' 또는 '달벌', '달구화'로 불렸다는 기록이 전한다. 달구벌이 대구로 바뀐 것은 신라 제35대 경덕왕(757년) 때였다. 고을 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꾸면서 달구벌은 대구가 됐다. 당시 대구는 한자로 '大丘'였다. '丘'가 지금 사용하는 '邱'로 바뀐 것은 조선조 영'정조 시절이었다. 영조 때인 1750년 구(丘)자를 다른 자로 바꿔야 한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丘'자가 공자의 휘에 들어가는 글자라는 이유에서였다. 상소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조 때인 1779년 조선왕조실록에 오늘날의 '대구'(大邱)가 처음 등장한다.

지명의 유래를 알고 나면 대구보다는 달구벌이란 이름이 훨씬 정겹다.

광주는 '빛고을'로 불린다. 광주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 태조(940년) 때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엔 후백제 견훤 때부터 광주로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오늘날 광주가 흔히 '빛고을'로 불리는 것은 여말 목은 이색이 석서정 기문에 '광지주'(光之州'빛의 고을)라 기록한 영향이 크다. 광주인들은 1980년대 들어 '빛고을'이란 말을 즐겨 쓰기 시작했다. 광주라는 한자 이름보다 '빛고을'에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일 터이다. 광주와 담양을 잇는 8차로 도시고속도로에 '빛고을대로'란 이름을 붙였고, 해마다 '빛고을'을 내건 축제도 연다.

두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한 것은 1984년이었다. 건설 당시에는 영'호남 간 화합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동서고속도로란 이름이 붙었지만, 개통 당시에는 올림픽 유치를 기념한다며 88올림픽 고속도로로 바뀌었다. 88고속도로는 무늬만 고속도로였다. 왕복 2차로에다 최고 제한속도가 80㎞에 불과했다. 사고가 잦아 '죽음의 도로'로 불렸다.

'죽음의 도로' 확장 공사가 올 연말 마무리된다. 확장 준공 기념으로 달구벌과 빛고을 주민들이 '88고속도로'를 '달빛고속도로'로 바꾸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런데 도로명 결정권을 쥔 국토부는 '광대고속도로'(광주~대구 간 고속도로)로 하기로 결정했다. 달빛이라는 이름이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달빛'이나 '광대'나 똑같이 지명의 앞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광대'보다는 '달빛'이 훨씬 더 정감이 간다. 그런데 국토부는 정감 나는 우리 이름은 안 되고 한자는 된다고 한다. 참으로 광대 같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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