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 세상을 떨게 하다…20, 21세기 피로 물들인 10대 테러

테러(terror). '거대한 공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지난 13일 밤에서 14일 새벽(현지시간)에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테러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인질극이 벌어졌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유럽에 이어서 아프리카 지역까지 반인도적인 범죄가 발생하면서 테러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소프트 타깃(soft target: 백화점'나이트클럽'지하철역'교통수단 등 경비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외부의 테러공격에 취약한 민간시설을 지칭)을 대상으로 하는 잇따른 테러와 함께 국내에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다 보니 그 불안감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14년 동안 국회에서 잠자던 테러방지법안 처리가 과제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이 법은 외국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입법이 추진되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권한 집중 등을 이유로 중단되기를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이견은 여전하다. 그래서 이번 주는 즐겁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테러, 무엇이며 왜 일어나는가.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국내 발생 테러

◇창랑호 납북 사건(1958년 2월 16일/경기도 평택 상공)

'KNA 민간항공기 납치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북한 공작원이 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국민항공사의 여객기를 경기도 평택시 상공에서 납치했다. 이 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기 납치 사건이다. 같은 해 3월 8일 납치범으로 추정되는 7명을 제외한 모든 승객과 승무원 등 총 26명 송환됐다.

◇청와대 기습 미수(1968년 1월 21일/서울)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직속 제124군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기습임무를 띠고 휴전선을 넘어 서울에 침투했다. 이들은 오후 10시쯤 세검정에서 청와대를 향해 접근하던 중 공비출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최규식 서울 종로경찰서장의 불심검문을 받자 총격과 수류탄 투척 등 테러행위를 하다가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제30경비대대의 출동으로 청와대 기습작전은 무위로 돌아갔다.

◇대한항공 YS-11 납북 사건(1969년 12월 11일 낮 12시 25분/한반도 상공)

강릉발 서울행 항공기가 비행과정에 강제로 납치된 사건이다. 항공기는 승무원 4명을 비롯해 승객 47명을 태우고 대관령 상공을 비행할 때, 객석에 앉아 있던 간첩이 조정실로 들어가 강제로 항공기의 진로를 바꾸게 했다. 항공기가 동해 상에 진입하자 두 대의 북한 전투기가 접근해 북한 함흥 부근 연포 비행장에 강제 착륙시켰다.

◇국립묘지 현충문 폭파 미수(1970년 6월 22일/서울)

북한 무장공비 2명이 박정희 대통령과 정부 요인들이 6'25전쟁 20주년을 맞아 국립묘지 현충문 참배에 나서는 것을 기회삼아 폭파'사살하려고 시도했다. 이들은 같은 달 10일쯤 경기도 군지만에 상륙해 육로로 서울에 침투했다. 그리고 비밀리에 크레모아 원격 조정 폭탄을 천장에 설치하던 중 실수로 사전에 폭발됨으로써 테러는 실패했다.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1983년 10월 9일/미얀마 랑군)

사실 이 사건은 국내에서 일어난 테러는 아니지만, 그 대상이 한국 대통령이었다. 미얀마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 일행 암살을 목적으로 북한이 시도한 테러이다. 미얀마의 독립 영웅 아웅 산 장군의 묘소 참배 날 벌어졌다. 이 테러로 대한민국 국빈 17명이 죽고 14명이 부상당했으며, 미얀마 관계자도 4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대구 미국문화원 폭탄투척 사건(1983년 9월 22일/대구)

대구에서 발생한 반미주의 운동이었다. 대구시 삼덕 2가에 있는 미국 문화원을 향해 한 대학생이 던진 폭탄이 정문에서 폭파했다. 이 폭발로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해 12월 8일 대간첩 대책본부는 다대포 해안에서 생포된 진충남과 이상규 등 2명을 생포한 후, 이 사건이 북한에서 배후 조종한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김포국제공항 폭탄 테러(1986년 9월 14일/서울)

김포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폭발물이 터져 5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발생해 아시안 게임을 방해하려는 북한의 테러로 추측했으나 당시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다 2009년에야 범인이 밝혀졌는데, 범인의 이름은 아부 니달로 스위스 베른 신문의 한 일본인 기자가 발견했다는 동독의 첩보기관 슈타지의 비밀문서에서 확인됐다.

◇대한항공 858 폭파 사건(1987년 11월 29일/인도양 상공)

민간항공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공중 폭파돼 탑승객 115명 전원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범인들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사부 소속 대남특수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1987년 10월 7일 김정일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사부장을 통해 두 공작원에게 내린 친필공작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서울올림픽 방해와 정부에 대한 불신 조장을 목적으로 했다고 알려졌다.

◇이한영 피살 사건(1997년 2월 15일/경기 성남)

1997년 2월 15일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 씨가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괴한 2명이 쏜 실탄에 이마를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지고 나서 11일 만인 25일 숨졌다. 당시 경찰은 이 씨 피격현장에서 거둬들인 탄피가 북한 간첩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고 이 씨가 숨지기 전 "간첩!"을 외쳤다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리퍼트 미 대사 피습사건(2015년 3월 5일/서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의 습격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김 대표가 휘두른 과도로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턱 위 12㎝ 자상 등 총 5곳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닷새 후 퇴원했다.

◆국외 발생 테러

◇뮌헨올림픽테러(1972년 9월 5일/독일 뮌헨)

뮌헨올림픽 중 8인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단체인 '검은 9월단'이 선수촌 내 이스라엘 선수 숙소에 잠입해 선수 1명과 코치 1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9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그들의 요구는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양심수 200여 명의 석방이었다. 뮌헨 경찰과 '검은 9월단' 간의 총격전으로 인질 전원이 사망해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에어인디아 182편 폭파사건(1985년 6월 23일/대서양 상공)

1985년 6월 23일 캐나다 몬트리올 공항을 이륙해 런던 히스로 공항을 향해 비행 중이던 인도 항공기 에어인디아 182편이 아일랜드 남쪽 대서양 상공에서 폭파됐다. 폭파 후 항공기는 대서양으로 추락했으며, 탑승자 329명 전원 사망했다. 테러 용의자들은 시크교 무장단체 '바바르 칼사' 소속인 것으로 추정된다.

◇팬암 103편 폭파사건(1988년 12월 21일/스코틀랜드 상공)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을 향해 비행 중이던 미국 항공기 팬암 103편이 스코틀랜드 로커비읍 상공에서 폭파됐다. 이 사고로 탑승자 259명과 지상에 있던 11명 등 총 270명이 사망했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사건의 주모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테러(1995년 3월 20일/일본 도쿄)

일본 도쿄 지하철의 5개 전동차 내에서 화학무기로 사용되는 사린가스가 살포됐다. 범인들은 월요일 출근시간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는데 사린가스를 비닐봉지에 담아 전동차 내에서 이를 터뜨린 후 도주했다. 이 테러로 12명이 숨지고 5천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테러의 주범인 아사하라 쇼코 옴진리교 교주는 체포되고 옴진리교는 강제 해산됐다.

◇9·11테러(2001년 9월 11일/미국 워싱턴D·C, 뉴욕)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슬람 테러단체가 4대의 항공기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로 돌진, 빌딩을 무너뜨리고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다.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으로 인명 피해는 최소 2천800명에서 최대 3천500명에 달했다. 수사 결과 범인들은 19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로 밝혀졌으며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을 배후로 지목했다.

◇발리 폭탄테러(2002년 10월 12일/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의 한 나이트클럽에 자살 폭탄 테러범이 잠입해 자폭했고, 이와 동시에 클럽 밖에서는 차량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202명이 사망, 최소 209명이 부상당했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호주, 영국, 독일 등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테러범들은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 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JI)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스턴마라톤 폭발테러(2013년 4월 15일/미국 보스턴)

보스턴마라톤 결승선 부근에서 두 번의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물은 압력솥 폭탄이라 불리는 사제폭발물이었다. 폭발물 중 하나는 결승선 부근의 스포츠용품점에서 터졌고 다른 하나는 결승선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터졌다. 이 사고로 4명의 사망자와 17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체첸에서 온 이민가정 출신 형제로 테러 단체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케냐 쇼핑몰 테러(2013년 9월 21~24일/케냐 나이로비)

9월 21일 10∼15명의 무장괴한이 케냐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침입해 총기와 수류탄으로 무차별 살상을 벌였다. 이들은 24일 케냐 정부가 완전히 진압할 때까지 관광객을 인질로 잡았다. 테러 후 '알 샤바브'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군인 6명과 민간인 61명, 테러범 5명 총 72명이 숨졌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관광버스 테러(2014년 2월 16일/이집트 국경)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이스라엘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국경에서 정차 중인 관광버스에 괴한이 올라타 폭탄을 터트렸다. 이 때문에 한국인 3명, 이집트인 운전기사 1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숨진 관광객은 개신교 신자들로 성지순례를 위해 터키와 이집트 일정 후 이스라엘로 향하던 길이었다. 정부는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20대 괴한의 테러로 발표했다.

◇샤를리에브도 테러(2015년 1월 7일/프랑스 파리)

풍자 주간지 '샤를리에브도' 본사에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샤를리에브도 직원과 경찰관 등 12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사건 후 '예멘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자신들이 테러 배후 세력임을 스스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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