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私學 자유는 기본권 재정 지원 이유로 국가는 침해 말아야"…『헌법과 사학 교육』

경북 상주공고 전경. 83세 권희태 교장이 전국 최고령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작은 사진은 책표지.
경북 상주공고 전경. 83세 권희태 교장이 전국 최고령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작은 사진은 책표지.

헌법과 사학 교육/ 유키 마코토 지음/ 권희태 옮김/ 교학사 펴냄

이 책은 2014년 6월에 출간한 일본 유키 마코토 교수의 책을 옮긴 것이다.

유키 교수는 사학이 국가로부터 간섭받는 존재가 아니라 지원을 받는 '독자적' '독립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이를 정리하면 첫째 사학은 근본적으로 국가 또는 공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둘째 그럼에도 국가는 사학을 '정책적 차원에서 도와 그 존재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하는' 의무, 즉 문자 그대로 조성(助成)의 의무가 있으며, 셋째 사학의 이러한 권리와 국가의 이러한 의무를 도출하는 근거는 헌법의 이념과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학이 교육법제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그 나라에서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이 얼마만큼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는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만큼 성숙해 있고 정착되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기준에 속한다고 해도 좋다"고 말한다. 그 연장 선상에서 '사학의 자유'를 헌법상 국민의 기본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나라일수록 매우 다채롭고도 풍부한 사학 교육이 전개되고 있으며, 또한 사학은 교육재정상으로 매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책은 이렇게 주장한다.

사학의 적극적인 존재 의의는 국'공립학교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학 교육의 독자성에 있는 것인데. 그 때문에 사학은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사학의 자유'는 법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개방성과 가치다원성, 민주주의 의식, 창의성, 권위주의 배격 등을 자기 정체성의 핵심 내용으로 하는 선진화된 현대국가일수록 사학에 대한 자유의 보장과 국가 차원의 사학 조성은 헌법 정신 그 자체로부터 나오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서 인식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의 번역자는 권희태 경북 상주공고 교장이다. 올해 83세로 전국 최고령 교장이다. 스물다섯 살이던 1957년 교육사업에 뛰어든 그는 60년 가까이 사학 발전에 전 인생을 바쳤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와의 돈독한 관계로 1992년 국회의원이 될 기회도 주어졌지만 교육이 천직이라며 마다했던 일화도 있다. 그는 학교법인 남산학원(상주공고'상주 남산중학교)과 경희교육재단(대구 경상고'경상여고)의 설립자다.

사학의 발전을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일본 유학(동경대 대학원 교육행정학 과정) 시절 인연을 맺은 유키 교수의 사학에 대한 지론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싶어 80이 넘은 고령에도 번역에 착수했다고 한다.

권 교장은 '옮긴이의 말'에서 지은이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종종 모범적 교육 사례로 등장하는 현대 서구 사회 역시 단번에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혁명과 전쟁 등 수많은 희생을 수세기에 걸쳐 겪은 끝에 비로소 얻은 인식과 지혜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들이 현재 추구하는 '열린' 사학 정책이다"라고 했다. 그러기에 현대 국가의 역사가 아직 일천한 대한민국이 그렇게 쉽게 교육적 혁신을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서구인들의 잘못을 똑같이 답습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으로 어쩌면 수십 년이 족히 걸릴 교육 혁신 작업의 소요 기간을 수년 또는 십수 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옮긴 이는 사학의 특징은 경비의 자기 부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독립성의 확보에 있다고 말한다. 국가가 보조금에 의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즉, 재정상의 지원이 법적으로 보장된 '사학의 자유'에 대한 개입을 수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교육정책 및 교육행정 담당자와 정치인들에게 꼭 읽혀주고 싶다고 했다.

407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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